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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샘솟아야 할 명절에...불청객 '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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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명절 기간 가정폭력 약 43.8% 증가
고착화된 전통적 성역할 영향
전문가 "명절 스트레스 주체 범위 넓어져…남성가장·청년세대 포괄"

명절 기간 가정폭력 신고가 평시보다 약 50% 정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명절 기간 가정폭력 신고가 평시보다 약 50% 정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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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서현 기자] # 지난해 9월, A 씨는 아내를 때리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칼을 휘두른 혐의(상해·특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법정에서 "아내가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불만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때 친가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고, 이를 아내가 찾아주면서 비꼬는 듯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자신을 나무라자 부엌칼을 휘두르며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가족 간 화합의 장인 명절에, 가정폭력 신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명절 노동 역할에 따른 부부간의 가사 문제가 주된 이유다. 전문가는 최근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주체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사흘(9월30일~10월2일)간 평상시 대비 112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43.8% △성폭력 15.4% △데이트폭력 22.2% 순이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729건을 기록했다.


매년 명절 기간 가정폭력은 급격히 약 50% 수준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명절 연휴에 발생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1024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가정폭력 발생건수인 708건보다 44.9% 높은 수치다.


이는 명절기간 가사 노동 분배, 성 차별 등을 이유로 한 가족 간의 갈등 사례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는 지적이 있다. 가정폭력 상담기관은 부부간의 갈등이 명절기간 가사 노동 분배 등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명절기간 여성은 음식을 만들고, 남성은 차례를 지내는 등 남녀의 전통적 성역할이 여전히 갈등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남녀 1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서울시 성 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에 따르면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명절 성차별 1위로 꼽은 바 있다.


가정폭력과 함께 이혼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정폭력과 함께 이혼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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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기점으로 빚어진 갈등은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와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이후의 달인 3월과 10·11월 이혼 건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2019년 2월 8200여건이었던 이혼 건수는 3월 9100여건으로 늘었고, 9월 9000여건에서 10월 9900건으로 증가했다.


2018년 역시 추이는 비슷했다. 2월 7700여건이었던 이혼 건수는 3월 9100여건으로, 9월 7800여건에서 10월 1만500여건, 11월 1만1100여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 간을 기준으로 하면 명절 다음 달 이혼율이 평균 11.5%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 차례상 관습에 얽매이기보다 가족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실용적인 차례 풍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최근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체의 범위가 남성 가장, 청년을 포괄하는 등 과거보다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규호 대구대학교 가정복지학 교수는 "고정된 성역할은 원인의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가야 한다"며 "최근에는 여성의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남성들이 경제적 주체로서 부담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코로나 시국에는 더 심하다. 이에 부모 봉양 문제까지 겹치는 경우 더욱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은 대표 세대로 청년을 언급하며 "명절 때 가족 간 대화에서 거론되는 취업, 결혼 등의 문제가 더 스트레스에 민감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어려운 시점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고해야 가정폭력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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