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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서 페미니즘 질문하며 "표정 보이게 마스크 벗어라"…사상 검증에도 항의 못하는 구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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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5명 중 1명, 면접에서 성별 의식한 질문받아
구직자들 "갑질 경험해도 이의 제기 어려워"
전문가 "채용 면접서 개인 사상 검증해선 안 돼"

취업 준비생들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취업 준비생들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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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 일부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 구직자의 경우, 면접 자리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이나 페미니즘 사상 검증 같은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이 같은 부적절한 질문에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을 기다리는 면접자 입장에서 면접관의 태도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면접 과정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적 질문 등을 막기 위해 법적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는 채용 면접에서 개인 사상을 검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중소기업이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묻고, "답하는 표정을 보고 싶다"며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SBS 등에 따르면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지난 7일 한 무역회사에서 진행된 면접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특히 면접관은 "이 질문 하는 동안 당신 얼굴 톤을 보고 싶다"라며 마스크를 내려 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마케팅 직군에 지원했으나, 업무와 관련한 질문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면접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주변 남성에게 얘기했을 때 공격받은 적 없냐', '남자와 여자의 체력은 다르다고 생각하나', '유리천장은 있다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다만 해당 기업은 SBS를 통해 "마스크를 내리라고 요청한 것은 지원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며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은 남녀 지원자 모두에게 했고 불쾌감을 느낀 지원자가 있다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이 지난해 성차별 면접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동아제약 홈페이지 캡처.

동아제약이 지난해 성차별 면접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동아제약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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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다. 지난해에는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면접관이 성차별적인 질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면접을 봤던 여성 지원자 B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는데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동아제약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이 되자 사측은 결국 대표 명의 사과문을 올렸다. 동아제약 측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사의 채용시스템과 절차를 재점검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경험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9.6%)보다 여성(30.4%)의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직무와 무관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도 이에 항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과 을이 명확히 갈리는 면접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에 항의했다가 되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관련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18년 성인남녀 7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10명 중 7명 이상(74.9%)이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갑질을 당해도 면접관의 태도에 이의 제기를 한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임했다(48.8%)'거나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렸다'(19.3%)'는 등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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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가 사실상 이를 처벌할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3항은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기초심사자료상의 성차별적 요구만 금지하고 있어 면접 질문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해당 법은 3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처벌이 어렵다.


전문가는 채용 면접에서는 업무 관련 판단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면접 과정에서는 업무 능력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업무를 수행해낼만한 기술이 있는지 또는 의욕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고려해 판단하는 자리다. 면접 과정에서 개인의 생각이나 사상 등을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페미니즘 관련 질문을 한 기업은 수직적인 기업 구조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아무 여과 없이 면접장에서 문제의 질문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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