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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제게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죽이려는 마음 없었다"

최종수정 2021.09.15 11:31 기사입력 2021.09.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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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제게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죽이려는 마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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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저는 이 사람 사랑했습니다. 덕분에 사람답게 살았습니다. 살면서 (누구도) 제게 이렇게 잘해준 적이 없습니다. '당신 이렇게 살면 아무것도 못한다. 공부해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피고인)


지난달 17일 서울고법 5층의 한 법정. 황색 수의를 입은 54세의 피고인 A씨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다는 '이 사람' B씨(60·여)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검정고시, 요양보호사시험 합격… 사랑한 그녀 살해할 동기 없었다"

A씨는 과거 가정이 있었지만, 아이를 본처에게 맡긴 채 가족과 헤어졌다. 이후 B씨를 만나 2019년 7월부터 함께 살았다. B씨의 도움으로 검정고시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시험에도 연달아 합격했다. 이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다툼이 잦았다. 의부증을 보인 B씨가 질책할 때마다 A씨는 크게 화를 냈다. B씨를 폭행해 112신고가 8번이나 접수되는 등 불안한 동거가 이어졌다. 지난 1월6일 오후 4시25분 이 사건 범행도 말다툼 중 벌어졌다. "너 떠날 거 다 알고 있어. 너 다른 X한테 가지 말고 애 엄마한테 가!"란 B씨의 말에 A씨는 벌떡 일어나 부엌에서 흉기를 집어들었다.


23분 뒤 119문자신고가 접수됐다. '부부싸움 칼에 찔림'. A씨가 직접 보낸 것이다.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B씨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A씨는 뒤따라온 경찰에게 자신이 찔렀다고 진술했다. 다만 법정에 와선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범행 직후 7분간 집을 나갔다 돌아왔고, 이후 16분이 지나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가 칼에 찔린 B씨를 수십분 간 방치한 뒤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 측은 "피고인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신중히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사람을 고의로 살해했을 리 없는 만큼, 양형에 참작해달란 취지였다.

피고인 "주량 넘겨 술마셨고 기억도 못해"… 2심 재판부 "심신미약 인정 안돼"

변호인은 또한 "피고인이 더 빨리 신고하는 등 조처해야 했지만, (시신) 은닉이나 다른 생각을 했다고 볼 수는 없는 시간이다"며 "A씨는 B씨 없이 생계가 위태로운 상태였고, 혼인신고도 안돼 있어서 애초부터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판사: '원심 판결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다'는 항소 이유에 심신미약도 주장하는 것인가요?


변호인: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부검 결과나 증거 등을 다시 면밀히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A씨도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며 스스로를 강하게 자책했다.


피고인: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는 게 우선 잘못입니다. 둘째, 술을 먹으면 안되는데 제가 그날 술을 먹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판사: (술은) 얼마나 마셨나요?


피고인 : 소주 2명 마셨습니다. 평소엔 반병에서 1병정도가 주량입니다.


판사: 그런데 왜 2병을 마셨어요?


피고인: 이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그날 (B씨가) 들어오면 싸울 것을 뻔히 알아서 무서웠습니다.


판사: 그럼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지 왜 술을 마셨어요.


피고인: 그 술만 먹지 않았어도….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양형부당 주장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출입문 밖 CCTV 영상 등을 보면 피고인의 행동이 술에 취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과 모순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3일 법원에 상고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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