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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정치의 심판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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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서로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서로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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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태극전사'라는 말은 익숙하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스포츠의 모토는 전쟁과 동일하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원시 때부터 다른 유인원 종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였고,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에서도 전쟁은 자연스러운 사건처럼 인식되면서 반복됐다. 2021년을 사는 인류는 유례 없이 (비교적)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세기 두 차례 세계 전쟁이 야기한 파괴와 절망에서 얻은 교훈이 작용하고, 지구를 없앨 수도 있을만한 무기의 발달이 억지력을 발휘하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나의 운명체로 작동하는 국가를 단위로 경쟁은 계속 되고 있다. 전쟁은 않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태극전사'들은 골 세리머니로 만세 삼창을 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다시 불거졌던 때다. 스포츠는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포츠는 룰에 지배되고 승패가 갈린다. 짜릿한 승리의 순간 뿐 아니라 패배를 인정한 후 승자와 손을 잡고 미소를 띄우는 모습에도 감동이 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전쟁의 패배와 다른 점이고, 순수의 영역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난 이후의 평화다.


정치도 전쟁의 대체재라 할 만하다. 폭력과 살육 대신 토론과 민주주의 제도로 각자의 의견을 겨루고 승부를 낸다. 심판은 국민이나, 애매한 것은 룰이다. 스포츠에서는 비디오 보조 심판(VAR)까지 도입돼 판단하기가 더 쉬워졌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선거법으로 재단되지 않는 각종 수법들이 난무한다.


이번 대선판 역시 어지럽다. 수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대개는 화살촉을 달고 있다. 가히 '말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각 진영에서는 상대편의 아픈 지점을 발굴하고 조준 사격을 한다. 물론 대개 그렇듯이 아픈 곳은 과거다.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는,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처럼 자의적이다. 무 자르듯 할 수 없으니 네거티브는 더 자유로워진다. 표에 이롭다고 여겨서 하는 것이니 국민은 무시된다.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을 둘러싼 공방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정된 국가의 재원을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제가 이번 대선의 주된 포인트 중 하나다.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적 전환기의 첫 발자국을 잘 디뎌야 한다. 탈원전 논쟁도 어느 방향이 됐든, 대선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더 근접해갈 것이다. 대선은 미래를 지향하고 규정한다.


인식도 중요하다. 흔히들 '입이 문제'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에 '머리'나 '가슴'이 문제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럴 때 입은 통로일 뿐이다. 그 어떤 현란한 수사를 쓰더라도 기본적인 철학과 인식에 비춰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늠자와 가늠쇠가 맞지 않으면 표적을 겨눠봤자 동떨어진 곳으로 날아간다.


정치의 본질은 다름에 있기 때문에 '맨날 싸우기만 한다'고 푸념해봤자 안 싸울 리 없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지향하는 가치에 누가 더 부합하는 인식을 갖추고 있느냐를 살펴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인신 공격으로 일관하는 후보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대가는 패배로 치르도록 하면 된다. 깃발은 국민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혐오를 이용하려는 이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스스로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자처함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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