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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풍랑 속 칼바람…은행원이 사라진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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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올 상반기만 2600여명 짐싸
지난해 전체 감원의 이미 2배, 10년 감소폭(8000명)에 30% 해당
공채 규모 줄이고 희망퇴직 연령은 빨라져

디지털 풍랑 속 칼바람…은행원이 사라진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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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화이트칼라(지식노동자)’의 대명사로 불린 은행원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지점폐쇄와 비대면금융 활성화 등 높은 변화의 파고가 일자리를 쉴 새 없이 위협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을 떠난 임직원만 지난 10년 전체 감소 폭(8000여명)의 3분의 1에 달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은행 임직원의 급격한 감소는 ‘뱅커’의 개념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과거 단순히 금융전문가를 원했던 은행은 이제 디지털 인재 영입과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은행이 IT 기업화돼 가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너무 빨라 ‘소외계층’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뱅커, 역대급 칼바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을 떠난 임직원은 총 2628명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짐을 싼 곳은 국민은행으로 800명에 달했다. 이어 ▲하나(511명) ▲농협(496명) ▲우리(468명) ▲신한(353명)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임직원 감소 폭(1480명)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공채 등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인 데다 3040세대 등 비교적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확대한 영향이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에 대규모 공채를 진행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340여명)이 유일하다. 나머지 은행들은 IT 분야에 한정된 소규모 공채를 진행하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올 하반기에 대규모 공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점을 감안해 아직 규모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례적으로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은행을 떠나는 임직원들은 올 하반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비대면금융 일상화 등으로 지점폐쇄 등도 가속화되면서 은행 임직원들이 설 자리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뱅킹을 통한 금융거래가 전체의 80%에 육박하지만 창구 등을 통한 거래는 15%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4398개로 1년 전보다 191개 줄었다. 이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감소치(96개)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이들 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추가로 약 100개 이상의 점포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전통 뱅커 대신 개발자에 공들이는 은행

대규모 희망 퇴직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은행이지만, 디지털 인력 확보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등장으로 생존을 고민하게 된 은행들이 IT기업처럼 플랫폼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나타난 결과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공채에는 소극적이면서도 IT 직군에 대한 수시채용 문은 활짝 열어둔 상태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IT·데이터 부문에서 신입·경력 행원을 200명 규모로 채용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디지털 인재만 가려 뽑는 ‘핀셋 채용’을 수시로 진행 중이다.


순혈주의 뿌리가 깊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권은 최근 디지털·IT 관련 책임자급 인력 수혈에도 공을 들여왔다. 국민은행과 우리금융, 신한은행 등의 데이터전략·ICT 책임자는 IT기업과 교수 출신이다.


디지털 가속화는 은행원의 개념도 새로 쓰고 있다. 과거 은행원은 보통 인문계 출신으로 창구에서 고객 대면 업무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 은행원은 정년까지 단 한 번도 지점을 나가지 않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를 두고 한 시중은행의 차장급 직원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10여년 전 은행에 처음 발을 들일 당시에는 금융 관련 자격증만 있어도 스펙에 큰 도움이 됐지만, 지금 입행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금융 관련 지식보다는 코딩(컴퓨터 언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짜는 것) 등 디지털 능력이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디지털 마인드’를 최우선으로 중시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비단 은행권만의 이슈가 아닌 전 산업군에서 일어나고 있어 우수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본부 부서에 근무하는 행원·대리·과장을 대상으로 디지털 주특기 선택제를 시행한다. 디지털·IT기획, 비대면채널 마케팅, 빅테이터, 인공지능(AI), IT개발·관리 등 5개 중 1개를 선택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겠단 것이다.


다만 은행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은행의 체질 개선에 따른 은행원과 점포 축소는 이해 가능한 측면이지만 노년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다른 어떤 기업보다 공공성이 강한 만큼 소외계층 보호에 대한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은행원과 점포의 급격한 감소는 이들 소외계층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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