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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구본준 LX그룹 회장, 2년 만에 시동 걸린 '조용한 불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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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구본준 LX그룹 회장, 2년 만에 시동 걸린 '조용한 불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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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조용한 불도저, 독한 승부사, 피자 최고경영자(CEO).’


구본준 LX그룹 회장을 둘러싼 수식어에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묻어난다. 강한 추진력을 지닌 경영자이자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가 2년 만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구본무 회장 별세 후 후계 구도가 명확해진 LG그룹을 뒤로 하고 올해부터 LX그룹이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다.

LG전자의 구원투수였던 구본준

‘경영인’ 구본준을 설명할 때 LG그룹에서의 경력을 빼놓을 수 없다. 1989년 LG전자 이사에 오른 뒤 LG반도체, LG필립스LCD(현재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독한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구 회장의 공이 컸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던 TFT-LCD 사업을 분리해 LG LCD를 설립한 뒤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LCD클러스터는 구본준의 ‘조용한 불도저’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작품과 같다. 휴전선 접경지역으로부터 고작 10㎞ 떨어진 파주 일대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LCD패널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 LCD 사업 첫해(1995년) 1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8조원을 돌파, 그야말로 고속 성장 드라마를 썼다.

LG상사의 도약을 이끈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2007년 LG필립스LCD에서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자원개발과 기간산업 투자에 집중했다. 재임 기간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파산했던 필리핀 광산사업은 1년 6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독한 승부사’라는 수식어가 재계에 다시 회자됐던 순간이다.

구 회장은 2010년 애플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진 LG전자 구원투수로 소환됐다. 그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 규모를 늘리고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는 등 내부 혁신을 꾀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LG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을 극복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구 회장은 2016년 2월 LG전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LG화학의 등기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 전기차 배터리 등 LG화학의 소재부품사업의 기반을 만든 것은 구 회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화학소재·포워딩·건자재 사업하는 LX그룹으로 새 출발
[사람人] 구본준 LX그룹 회장, 2년 만에 시동 걸린 '조용한 불도저' 원본보기 아이콘

그가 LG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다. LG그룹 일가는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LS, LIG, LF 모두 LG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에 따라 구본준 회장도 LX그룹으로 독립했다.

구 회장은 올해 5월 LX그룹 출범식에서 "우리 안에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개척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변화를 두려워 말고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내리자"고 강조했다.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 , LX하우시스 , LX세미콘 , LX판토스, LXMMA 등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 을 필두로 신사업 보폭을 키우고 있다. LX인터내셔널 은 이사회에서 친환경 폐기물, 헬스케어, 통신업, 숙박업, 전자상거래 등을 새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LX인터내셔널 의 자회사 LX판토스도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였다.

LX그룹은 니켈 등 2차전지 핵심 광물 개발, 신재생에너지, 탄소배출권, 헬스케어, 디지털 등 미래 산업에서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구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그룹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활발히 소통하는 ‘보스’ 스타일

구 회장의 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보스’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쏟아내 직설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2002년 11월 기내에서의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기자들을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와인이나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곧 비즈니스 뒷자리로 나와 6시간 동안 기자들과 LCD 분야의 전략, 경쟁 기업 분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엉뚱한 당찬 성격에 임직원들이 진땀을 빼곤 하지만 누구보다도 내부 소통에 신경 쓰는 오너이기도 하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임원들에게 ‘함께 마시며 소통하라’는 의미로 와인 세트를 선물하곤 했다. 구 회장은 2011년 4월부터 ‘피자’를 선물하는 CEO로도 알려졌다. 5년간 전 세계 80여곳의 LG전자 직원 5만여명이 구 회장이 보낸 피자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주요 기업 총수와 회동하면서 이 일화를 언급해 유명해졌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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