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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속 가능성 척도"…'쿠팡 화재'로 주목받는 ESG, 기업 운명 좌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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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규모 40조달러 넘는 ESG
환경 보호, 근로조건 개선 등 사회적 책임 강화
기업에 대한 소비자, 투자자 기대 높아져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 ESG 노력 기울여야

화재 이후 뼈대 드러낸 쿠팡 덕평물류센터 / 사진=연합뉴스

화재 이후 뼈대 드러낸 쿠팡 덕평물류센터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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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물류센터 대형 화재가 벌어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악화하면서, 기업 ESG 경영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인 ESG는 기업이 실적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환경개선 등 지속가능성까지 포괄적으로 신경쓰는 경영 방식을 뜻한다.

오늘날의 투자자와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의 가격, 질뿐만 아니라 업체의 근로자 처우, 환경오염 등 윤리적 측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ESG 경영의 전면적 도입 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 대형 화재 이후 불거진 소비자 반발


지난 17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선풍기에 연결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가 알려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에 대한 강한 반발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물류센터 안전 문제에 미흡하게 대응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소비자들이 '#쿠팡탈퇴'라는 해시태그가 적힌 글을 공유하면서 쿠팡 멤버십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 18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화재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몹시 송구하다"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소비자, 기업에 높은 기대…ESG 경영 강조돼


이번 쿠팡 화재 이후 이커머스 업계에서 ESG 경영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ESG는 기업 경영, 혹은 투자를 할때 단순 재무 지표를 넘어 환경·사회 영향·투명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도 큰 비중을 둔다는 개념이다.


미국의 대표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미 ESG 사업을 하고 있다. / 사진=블랙록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대표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미 ESG 사업을 하고 있다. / 사진=블랙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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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ESG는 미국, 유럽 등에서 거대 규모의 투자 사업으로 떠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다르면, 전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지난해 40조5000억달러(4경6020조15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12년 대비 약 3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유럽과 미국이 각각 46%, 39%를 차지해 글로벌 투자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투자 시장의 '큰 손'인 기관 투자자들도 ESG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기업인 미국 블랙록, 뱅가드 등은 이미 ESG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2년 내에 전체 자산의 50% 가량을 ESG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SG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은 점차 시장에서 매력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쿠팡이 ESG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강한승 대표는 쿠팡의 안전 관리 노력에 대해 "덕평물류센터는 지난 2월부터 4개월에 걸쳐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점검을 완료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쿠팡은 최근 1년간 안전 전문 인력 수백명을 추가 고용했으며, 덕평물류센터의 경우 내연성 소재인 글라스울을 사용해 불의 급격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근무자 248명은 사상자 없이 전원 대피할 수 있었다.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게양된 쿠팡 로고 및 태극기. / 사진=쿠팡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게양된 쿠팡 로고 및 태극기. /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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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을 고려하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근로 환경·시설 안전 개선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금융 매체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최근 쿠팡의 근로 환경에 대해 다룬 기사에서 "쿠팡은 ESG 이슈가 '중요하다'고 말한다"면서도 노동자 건강·안전 등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팡의 지분을 일부 보유한 블랙록 측은 FT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英 부후도 ESG 리스크로 흔들려…"단순한 유행 아닌 메가트렌드"


ESG 리스크는 갈수록 기업 경영의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 패스트패션 업체인 '부후(boohoo)'가 있다. 부후는 인플루언서 중심의 SNS 마케팅으로 빠른 성장을 구가한 패션 브랜드였으나, 지난해 영국 레스터시 공장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만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당시 영국 노동당 소속 한 의원은 부후의 투자자들을 향해 "CEO 교체를 요구하라"며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부후는 기업의 ESG 및 노동자 보호 성과를 임원들의 보너스와 연동시키는 등 고강도 개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국내 기업이 ESG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강연에서 "ESG는 이미 북미, 유럽에서는 숙성된 이슈로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미칠 파급력이 크다"며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실상 메가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채 주요 투자 기업들에게 기후 변화 성과를 관리하라며 경고 서한을 보낸 것이 그 예시"라며 "현재 국내에서 ESG는 한때 스쳐가는 유행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ESG는 앞으로의 기업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포인트다. ESG의 파급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응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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