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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순흥 "文정부 에너지정책 '탈원전' 아닌 '탈탄소'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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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창간기획 - 대한민국 경제를 묻다>

④장순흥 한동대 총장


전세계 전기·수소사회로 바뀌는 추세

원전 없이는 탈탄소 실현 불가능

韓, 최고의 기술경쟁력 갖췄지만

현 탈원전 상황 1~2년 이어지면

공급망 깨지면서 원전 생태계 붕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하고

원전 수명연장에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장순흥 한동대 총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장순흥 한동대 총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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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요.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 새로 짓지 않고, 수명 연장도 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1~2년만 이어지면 공급망이 깨지면서 원전 생태계는 붕괴될 겁니다."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에 부임한 1982년부터 정년을 맞은 2019년까지 37년을 원자력계에 몸담은 장순흥 한동대 총장(68)은 최근 아시아경제 창간 33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탈(脫)원전에서 탈탄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목표가 ‘한국 원전산업을 죽이겠다’는 게 아니라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정부가 ‘원전 없이는 탈탄소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적어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수명 연장에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총장은 국내 원자력계의 핵심에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영광 3·4호기 건설시 원자로계통의 압력을 낮춰 중대 사고 확률을 낮추는 안전감압장치 설치를 주장해 관철했고, 1988년 핵연료 기술 자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2009년 카이스트 부총장 시절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도 이바지했다. 당시 UAE 정부가 "프랑스 원전에 비해 한국 원전(APR1400)은 싸지만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장 총장이 10여차례 UAE를 오가며 고위관계자를 만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도 했다. 바라카 원전 수출의 숨은 공신인 셈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탄소 발생 없이 전기와 수소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원자력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원자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경북 포항 한동대 총장실에서 가진 일문일답.

-한국의 원전 위상은 어떻게 변모했나.

1982년 카이스트에 원자력공학과가 생겼다. 당시엔 우리 원전학자들 사이에는 ‘한국이 원전 건설·제조는 가능하지만 핵연료 등 핵심설계는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후 1990년 초반 핵연료를, 중반에는 한국형 경수로 설계를 끝냈다. 1990년대 중반에 한국은 우리가 건설·제조뿐만 아니라 핵심설계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2001년엔 신형 경수로인 APR1400 설계를 마쳤고 이는 UAE 바라카 원전 수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은 여전히 1위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바라카 원전 이후 제작·건설 실적이 없다. 이런 상황 지속돼 원전산업이 모멘텀을 잃으면 기술 우위를 빼앗기는 건 시간 문제다. 정부는 수출을 대안으로 꼽지만 지금 바로 수출이 성사되더라도 당장 일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거나 기존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을 해야 한다.


-에너지정책 어떻게 바꿔야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전기·수소사회로 바뀔 것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수소사회로 가려면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과 신재생밖에 대안이 없다. 신재생으로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두 차례 만났다. 빌 게이츠는 원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테라파워에서 초청해 2012년 미국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빌 게이츠가 MS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자선사업을 하면서 전기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에너지 자원이 하나도 없는데 전기값이 싼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한국의 원자력 핵심 멤버인 저를 초대했다고 했다. 당시 빌 게이츠에게 "왜 원전을 지원하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내가 직접 투자하는 것만큼 원전 지지를 보여주는 게 어디 있겠냐"고 하더라. 빌 게이츠는 원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한미 원전동맹을 맺었는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이번 한미 원전동맹은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합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미국과의 원전 협력 과정에서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는 미국의 사례를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하길 기대한다. 우리도 법적,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미국처럼 80년 연장운영이 가능하다. 정부가 제발 현행법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원전동맹으로 설계·제작·건설은 한국이 주도하고, 운영·유지보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업적인 이익 배분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결정해야 한다. 경제적 배분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가 끼면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원전 동맹 선언이면 충분하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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