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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산업심장/좌담회]韓제조업 현주소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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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紙上 좌담회]K-제조업, 미래를 묻다
규제 풀고 필수 인프라 투자 절실
법인세율, 경쟁국보다 낮게 유지해야
대기업 R&D 투자세액공제 확대 시급
기업규제3법·중대재해법 등 재개정 논의해야,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재검토 필요

[다시 뛰는 산업심장/좌담회]韓제조업 현주소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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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대열 기자, 우수연 기자] '코로나19를 회복했느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 다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전 사회적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꼽히는 제조업이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란 전망에는 대다수가 수긍하고 있다. 서광이 비친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제조업을 고리로 한 미·중 간 무역분쟁은 언제든 우리 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고, 코로나19가 촉발한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는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뒤처진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에게 우리 제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이은정 아시아경제 산업부장(사회자)= 지난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독일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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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일본 순위(5위)가 떨어지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에 대한 ‘추격자’ 전략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과거 제조업 성장의 원천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에서 친환경과 탈탄소,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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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파괴적인 혁신 기술과 첨단 설비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고 비교 우위를 확보하거나 대체가 어려운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느냐 여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동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반도체, 차세대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배터리, 수소산업 등이 세계 산업의 지형을 바꿀 것으로 본다.


▲사회자= 우리 제조업이 직면한 문제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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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영역의 경쟁력이 취약하고 스스로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개념화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디지털 변혁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산업 구조 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사회자=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있지만 규제라든지 외부 환경에 가로막힌 부분도 있는데.


△고준형= 맞다.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 친환경과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대응해 우리의 법과 제도, 필수 인프라 투자가 잘 이뤄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수소 공급 배관망을 깔거나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개발제한구역법, 도로법, 공원녹지법, 국토계획법 등 23개의 인허가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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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회 전 관세청장=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의 주체인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법인세 부담, 즉 법인세율이다. 법인세율은 가급적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경쟁 상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회자= 규제와 세제 현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


△김낙회= 우리나라 기업 환경은 경쟁국 대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조세 분야에서라도 경쟁 우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주요국의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을 보면 영국(19.0%), 미국(25.8%), 캐나다(26.5%), 한국(27.5%), 이탈리아(27.8%), 일본(29.7%), 독일(29.9%), 프랑스(32.0%)로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에는 중간 수준인 반면, 대만(20%), 싱가포르(17%)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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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찾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여객운수사업법상 공유차량 규제 등 이해집단에 의한 진입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반도체, 제약, 미래자동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도 시급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경우 13개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 중 매출액 규모는 4위권이나 R&D 비용은 10위권 수준이다. 과다한 인건비 지출 등 다른 요인도 있겠으나, 우리 정부의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대폭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용진= 생각이 조금 다르다. 대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적 규제를 수용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민간 차원에서도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원이나 역량의 한계로 각종 규제에 대응하기 힘든 만큼 환경 유해물질 추적 시스템 구축 등 정부의 지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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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지난해부터 수많은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쉽게 넘으면서 입법부를 향한 불만도 쏟아졌다. 재개정 필요성도 제기하는데.


△고준형= 일명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개정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필요하다. 기업 규제가 공정한 경쟁의 룰 확립과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순기능도 존재하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기업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


△정만기= 인명사고 발생 시 경영층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개인별로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 공유차량이나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담은 여객운수사업법 등은 문제라고 본다.


▲사회자=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느낌이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제조업의 회복 탄력(resilience) 정도를 1~10으로 판단한다면.


△정만기= 제조업은 우리 경제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현재 ‘9’ 정도는 회복됐다는 생각이다.


△김용진= 반도체, 자동차, 가전, 화학 등은 코로나19 이전과 같거나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조업의 회복력을 수치화하면 ‘8’에 이른 것 같다.


▲사회자=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간 패권 다툼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또다른 변수가 될 것 같다.


△고준형=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방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3S(Safe·Short·Smart)’로 표현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특정 국가 및 기업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Safe)하는 한편, 시장 접근성 및 고숙련 인력 수급 등을 감안,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보다 간소화(Short)되고 공급망 관리 등에서의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하게(Smart)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천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불확실성 증대와 양자택일 압력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미중 간의 디커플링과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시도는 기존 시장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우리 제조업에 기회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동맹국과의 통상 이슈 공조 강화, 수출 시장 다변화, 기업 활력 제고 등을 통해 우리 제조업의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미·중 모두에게 필요한 핵심 분야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만 전략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진= 현재 우리가 가진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산·서비스 기지로서 역량을 강화해야 중립적 위치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국가와 강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제3지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사회자= 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제조업의 일자리, 노동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만기= 2차 산업혁명 초기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인간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고 프롤레타리아 계층을 만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새로운 산업군과 일자리가 생기면서 서방 세계가 강력한 성장을 시현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AI에 토대를 둔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제조업을 포함해 일자리가 얼마나 사라질 것인지, 역으로 AI와 로봇 덕분에 새로운 산업군과 일자리는 얼마나 생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일자리의 질적 수준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고준형= 네덜란드의 신노선 협약(1993년), 유연안정성 협약(1995년) 등 사회적 협약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큰 화두였던 ‘유연안정성’ 개념을 재검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연하게 노동력을 배치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애고용·생애소득이 안정되도록 실업급여, 직업훈련 등 고용 안전망을 더욱 확충하는 것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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