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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부록'이 만든 '대박'…美 NASA, 화성 하늘 정복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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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화성 탐사 헬리콥터 인저뉴어티, 동력 비행 사상 첫 성공

[과학을 읽다]'부록'이 만든 '대박'…美 NASA, 화성 하늘 정복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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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화성의 하늘도 금단의 구역이 아니다."


지난 19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독창성이란 뜻)’가 최초로 지구 밖 동력 비행에 성공하자 스티브 유지크 NASA 국장대행이 남긴 말이다. 그는 "인저뉴어티가 어디로 우리를 이끌지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최소한 화성의 하늘도 금단의 구역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침내 화성의 하늘도 인류의 영역에 포함됐음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NASA가 지난 2월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실어 화성에 보냈던 인저뉴어티는 이날 오전 3시30분께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10피트(3.48m)의 높이로 부상해 30초 동안 체공하는 데 성공했다. 70m쯤 떨어진 곳에서 퍼서비어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막 같은 화성의 척박한 대지에서 인저뉴어티는 총 39.1초 동안 비행했다. 인저뉴어티는 떠오른 후 불어온 약한 바람에 충격을 받았고, 이후 동체를 96도쯤 돌린 후 다시 무사히 착륙한 뒤 전력 충전을 위해 다시 동면에 들어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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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지구 밖 동력 비행= 이날 화성 표면에서 떠오른 작은 드론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지구 밖에서 동력을 가진 비행체가 스스로의 힘으로 비행한 최초의 사례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인근 킬데빌 언덕에서 성공했던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이 화성에서 재현된 것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에 라이트 형제가 탑승했던 비행기 플라이호 날개 부분의 조각을 부착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비행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 대기 밀도는 100분의 1 수준이다. NASA 엔지니어들은 화성의 대기에서 드론을 비행시키기 위해 아주 가벼운 소재로 인저뉴어티를 제작했다. 높이 약 49㎝, 무게 1.8㎏이지만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인 화성에서는 0.68㎏이다.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도 보통 헬기보다 8배 정도 빠른 분당 2400회 안팎으로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NASA는 전날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인저뉴어티의 모함 격인 퍼서비어런스를 통해 비행 명령을 내렸다. 비행 성공 여부도 3시간 후에나 퍼서비어런스가 화성궤도위성을 통해 NA SA에 전달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첫 비행을 시도했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날개 회전 속도에 문제가 발생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NASA 측은 인저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한 지점을 ‘라이트 형제 필드’로 이름 지어 기념하기로 했다. 국제항공기구(ICAO)도 이날 비행체로서 인저뉴어티를 공식 인정해 콜사인(INGENUITY)을 부여하는 등 인류의 비행 영역 확대를 축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저뉴어티가) 라이트 형제 비행기의 첫 비행처럼, 멀리 오래 날지는 못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외계 행성 탐사 방법 ‘일대 혁신’= 그동안 화성 탐사는 로버를 이용해 지형의 제약이 심했다. 앞으론 기술 발전에 따라 비행체가 빠른 속도로 행성을 오가면서 탐사할 수 있게 돼 일대 혁신이 예고됐다. 대기 밀도나 구성 성분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상태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초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NASA의 마이클 왓킨스 JPL 국장은 성공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저뉴어티팀이 이룬 것들은 우리에게 ‘3차원’을 제공한다, 즉 행성 탐사에서 우리를 표면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켰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NYT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 인간과 물건이 지구를 돌아다니는 방식에 큰 변화를 줬다면 인저뉴어티는 NASA가 태양계의 신비를 탐사할 때 사용하는 이동 방식에 새로운 형태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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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도 토머스 저뷰컨 NASA 과학담당 부국장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인저뉴어티는 로버가 갈 수 없는 다른 영역과 크레이터들로 날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NASA는 현재로선 또 다른 화성 탐사 드론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밥 발라람 NASA 인저뉴어티 수석엔진니어는 "(인저뉴어티의) 10배의 무게로 10파운드(약 4.5kg)의 연구 장비를 실을 수 있는 더 큰 화성 탐사 드론을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저뉴어티는 4회의 비행을 더 실시할 계획이다. 이 중 이날의 비행을 포함한 3회는 기본적인 비행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NASA는 이달 3일 화성에 착륙한 인저뉴어티가 30 화성일(31 지구일) 내 최대 600~700m를 비행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테스트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NASA는 퍼서비어런스 개발에 27억달러(약 3조원), 인저뉴어티 개발에 8500만달러(약 950억원)를 투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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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이 만들어낸 성과= 사실 인저뉴어티의 비행 성공은 NASA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일부이긴 하지만 핵심은 아니었다. 지난 2월 화성에 도착한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탐사하는 게 주 목적이다. 레이저를 통해 화성 암석과 토양을 분해해 화학 성분을 파악하고,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산소를 생성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시험 비행을 마친 인저뉴어티를 버리고 예제로 크레이터의 가장자리를 따라 고대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삼각주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NASA도 성공 직후 "기술 시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지뉴어티에는 내부에 과학 도구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대신 이 4파운드짜리 헬리콥터는 미래의 화성 탐사에 항공 분야가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사상 최초의 화성 동력 비행을 성공시킨 비결이 됐다. NYT는 "기술상 느슨한 요구조건으로 인해 엔지니어들이 기존의 모든 행성 간 우주선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컴퓨팅 능력을 가진 기성품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이 프로세서들은) 혹독한 우주 조건에 적합하지 않아 방사능에 취약했지만 안정적인 비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계산 능력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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