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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우리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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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우리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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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단호하다. 반도체가 안보와 경제의 핵심이라며 외국 기업인 삼성과 대만의 TSMC까지 불러 회의를 열어 미국에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기업 인텔과 TSMC는 화답했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은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꿈을 전광석화처럼 꺾을 기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전지 기술침해분쟁을 해결하는 데 나섰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아니라 조정자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 국익에 부합한 해결책을 찾았다. LG와 SK 모두 미국에 투자를 더 확대하는 것으로, 미국의 2차 전지 경쟁력을 일거에 키운 것이다. 두 회사가 싸우는 동안 유럽의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신생 기술 기업을 끌어들여 2차 전지 자립화를 선언했다. 게다가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기업의 손을 잡아 한국에 대한 2차 전지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도 반도체 생산에 대폭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준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반도체지원법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정세 변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뒤늦게 알고 기업인들을 확대경제장관회의에 불렀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한국이 주도하고 기업과 정부가 한몸이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여기에 앞장서야 할 삼성의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옥살이시키고, 정부에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아 공허하게 들렸다. 문 정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에도 방관자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한국 기업들끼리의 다툼을 미국 정부가 해결하게 했다. 기업을 적폐로 몰고 사사건건 간섭하던 정부가 세계가 주목하는 분쟁에는 당사자끼리의 해결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두 회사가 다투게 된 근본 원인은 2차 전지 개발 인력의 부족에 있다.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기술침해분쟁이 생긴 것이기에 인력 양성을 늘리고 인력 빼가기 갈등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업계는 미국에서 들어볼 수 없는 특이한 요청을 한다. 인재를 양성하도록 반도체학과를 파격적으로 늘려달라는 것인데, 미국은 산학협력이 긴밀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 정원을 결정하기에 생소하다. 미국 교육은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잡고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벌리는 성공 요인이 됐고, 교육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제는 첨단 산업의 발전과 혁신의 파급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됐다. 미국에서는 기술 인력이 쌓은 노하우는 회사의 자산으로 간주되어 경쟁사로의 전직이 어렵다. 경쟁금지조항을 노사합의로 계약에 포함시켜 원래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경쟁사로 옮길 수 있다. 이 조항은 노동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면이 있어 논란이지만 법원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불법으로 간주해 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전직하는 것과 기술 유출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다. 이 때문에 LG와 SK의 다툼이 커졌고,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첨단 기술의 중국 등으로의 유출에 무방비 상태가 됐다.


세계는 첨단 기술기업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손 놓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술 인력의 양성을 늘리고 수준을 높임으로써 국내 기업끼리의 과도한 경쟁은 줄이고, 핵심 인력의 전직과 해외 유출에 대한 노동법과 민법의 충돌을 해결하는 법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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