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A씨 언론사 상대 소송서 승소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고(故)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뫼비우스'에 여주연으로 캐스팅됐다가 중도 하차한 여배우 A씨가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은 추행 등의 피해사실을 호소한 A씨 주장과 달리 김 감독에게 성관계를 전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도 내용 등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작가 겸 여배우 A씨가 SBS 등 3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SBS 등은 A씨에게 각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SBS 등이 항소 기한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최근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A씨는 2018년 3월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포함된 MBC PD수첩 '거장의 민낯' 편을 토대로 기사를 재생산한 SBS 등의 보도가 허위라며 이들을 상대로 각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법원은 '여배우 등이 김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SBS 등의 해당 보도들이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성폭행이란 단어는 성관계를 전제로 한 표현인데, A씨가 실제 김 감독으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하는 성관계 '강요' 또는 '강제추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영화 촬영 당시 김 감독으로부터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SBS 등의 보도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실제 A씨가 연기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한 장면은 애초 남녀 정사 장면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또 A씨가 김 감독의 비위 행위로 폭로한 내용의 본질 역시 베드신 강요가 아니라 대본에 없는 연기 강요였던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SBS 등은 해당 보도로 상당수 독자들에게 A씨가 애초 김 감독 영화의 특성을 무시한 채 캐스팅을 수락한 후 어깃장을 놓은 것처럼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해당 보도로 김 감독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잘못 알려짐으로써 상당한 수치감 등을 느끼게 됐고, 대중들로부터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며 "인격권이 침해되거나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SBS 측이 A씨 요청을 받고 일부 보도를 삭제한 점을 참적해 위자료 금액을 3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SBS 등은 해당 보도가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공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은 없었다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해 "SBS 등은 MBC 'PD수첩' 방송 내용을 별 다른 확인 등을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유사 내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보도, 재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미투 운동을 둘러싼 당시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배척했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체류 중이던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고 현지 병원에서 입원 중 사망했다. 앞서 김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A씨 뺨을 때린 혐의(폭행)로 약식 기소돼 2018년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성폭력 의혹 관련해선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실제 재판에 넘겨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 등은 "실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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