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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공고에 '페미니스트 아닌 자'…도 넘은 성차별 사상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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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 표현 '오또케오또케' 공고 올린 편의점
"페미와는 결 안 맞아서"…카페 면접 탈락하기도
전문가 "문제제기 하는 여성 배제하는 인식 드러내"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서울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서울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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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는 지원 자격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편의점 본사는 이 편의점에 대해 "강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성차별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거나 특정 사상을 검증하는 듯한 질문을 하는 등 여성의 노동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사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페미니스트를 원치 않는다'는 것은 문제제기하는 여성, 특히 성별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나 젠더폭력에 이의 제기하는 사람을 배제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으며 이 같은 채용 공고에 대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토·일 근무자 채용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문제는 공고 지원 자격에 명시된 내용이었다. 지원 자격에는 '술, 담배를 판매하는 관계로 미성년자 지원이 불가하다'는 조건과 함께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점주는 또 '아래의 경우는 지원하지 말라'는 항목에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하는 분'이라고 적었다. '오또케오또케'는 '어떡해'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를 못 하는 상태를 나타내며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성차별적 공고'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일과 관련된 공간에 혐오를 전시한다니"라며 "알바생이 지각 안 하고 일만 잘하면 됐지, 페미(페미니스트)인 게 무슨 상관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차별을 대놓고 그냥 들어낸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최소한의 눈치도 안 보는 게 진짜 권력인 줄 모르는 걸까. 저 말 대로라면 저 편의점은 페미니스트 고객도 안받는다고 써놓아야겠다"고 비판했다.


편의점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편의점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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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면접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관련 질문을 받는 등 사상 검증을 당했다는 사례는 또 있었다. 지난달 23일 트위터에는 일산의 한 카페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원했다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남성 사장이 "처음 면접을 보는 자리니 얼굴을 '까고' 대화하자며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이어 "제가 비건(채식주의)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니, 갑자기 (사장이) '비건과 페미니즘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A씨가 "환경을 생각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답하자, 사장은 "혹시 페미니스트시냐"고 되물었다. A씨가 '맞다'고 하자, 사장은 "사실 제가 페미니스트와는 결이 맞지 않아서"라며 채용을 거절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황한 A씨가 "사장님은 페미니스트 손님이 오면 안 받아주시나요?"라고 묻자, 사장은 "페미니스트라고 안 받지는 않지만, 싫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SNS 등에서는 여성 지원자가 면접에서 외모에 관한 질문·지적을 받거나,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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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 같은 사례가 여성의 외모와 역할에 대한 편견적 인식이 여전히 심각하며, 사회의 뿌리 깊은 '채용 성차별'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 '사람인'이 기업 48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7%가 구직자의 성별이 채용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으며, 선호하는 성별은 '남성'(70.9%)이 '여성'(29.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구직자 1732명 중 21.1%는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여성(30.4%)이 남성(9.6%)보다 성별 관련 질문을 받은 경험이 더 많았다.


전문가는 성차별로 보일 수 있는 채용 공고에 대한 근로감독관들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페미니스트를 원치 않는다'라는 것은 문제제기하는 여성, 그중에서도 성별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나 젠더폭력에 문제제기 하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이 같은 발언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취지에 반하며, 문제제기하고 따지는 여성은 직원으로 적합하지 않고, 순종적인 여성이 적합하다는 편견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령은 용모, 신체조건, 결혼 여부 등을 채용 조건으로 하는 것만을 금지한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고 있거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금지하는 모집공고를 차별로 볼 수 있을지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을 성차별로 폭넓게 포함할 수 있는 해석이나 법 조항이 필요하다. 이런 채용 공고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들의 행정지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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