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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김을분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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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배우 유승호와 호흡…최고령 신인 여우상 올라 화제

영화 '집으로' 김을분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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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외딴집에서 손자 상우(유승호)를 홀로 돌보는 외할머니(김을분). 낫처럼 굽은 허리 때문에 키는 비슷하지만 거의 눈을 맞추지 못한다. 상우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야단맞을 짓만 골라 하기 때문이다. 방안에서 요란하게 롤러블레이드를 굴려대고, 요강을 바깥으로 내던져 깨뜨려버린다. 외할머니가 잠든 틈에 은비녀를 빼내 팔 곳도 수소문한다.


외할머니의 검버섯 가득한 얼굴은 일그러지는 법이 없다. 오히려 닭고기가 먹고 싶다는 손자의 마음을 알아채곤 백숙까지 준비한다. 프라이드치킨이 아니라며 발로 밀어내는 상우. 외할머니는 화내기는커녕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며 스스로 반성한다. 까막눈에 귀도 먹었지만 계속된 희생으로 사랑을 전달한다.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2002)’에서 소박한 자연주의와 따뜻한 모성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 김을분 할머니가 지난 17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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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충북 영동군에서 포도·호두밭을 운영하다 우연히 캐스팅돼 어린 유승호와 함께 연기하게 됐다. 여든 고개를 바라보는 고령에 몸도 불편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주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연기해낼 만큼 열의가 대단했다.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재미있을 만하니 끝난다"라며 아쉬워했다. 당시 이 감독은 "총기가 뛰어나시고 연기도 잘하신다”라며 “NG가 나면 소품을 원래대로 해놓을 정도로 영화도 잘 이해하신다"라고 평했다.


이 감독은 김 할머니를 실제보다 더 늙고 추하게 분장시켰다. 관객의 대리인인 상우가 외할머니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문명의 결핍에 대해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외할머니의 헌신성과 산골 마을의 평화로움으로 기성 판타지의 흐름을 답습하면서도 김 할머니의 정제된 연기를 유도해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활력은 확보했다. 한국영화가 외면해왔던, 혹은 관객이 잊고 있었던 할머니와의 조우를 체험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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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는 전국 영화관에서 관객 43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 할머니는 대종상영화제에서 역대 최고령 신인 여우상 후보에 오를 만큼 유명해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관심을 견디지 못해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왔다.


유가족은 "할머니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함께 추모하면 감사하겠다"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으니 빈소 방문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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