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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 다니는 자본주의 키즈, 먹고사니즘 해결 못한 與에 실망..2030 反권력에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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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올라간 집값에 박탈감
“주거 안되니 인생 위협받는 느낌”
그런데 어떻게 與 찍을 수 있나
신자유주의 세례 자본주의 키즈
이념보다 먹고사니즘에 민감
“현 여당이 이 문제 풀지 못했다”
고용불안·주거난에 反與 투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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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보령 기자, 박준이 기자] ‘서울에 계속 살고픈 부린이(부동산 투자 초보)’란 별명으로 부동산 카페에서 활동 중인 김정민(32)씨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대학 때부터 ‘투자연구회’, ‘부동산학회’, ‘가치투자동아리’에 활동할 정도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저축과 투자도 열심히 해왔지만 집값이 폭등해 서울 거주 10년째 서울의 반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퇴근하면 ‘신사임당’ 같은 경제 유튜브를 보며, 주식관련 온라인채팅방에도 들어가 투자 공부를 한다. 매 주말엔 비조정지역 임장(현장답사)를 다니며 재건축 분양권 스터디도 한다. 김 씨는 “부모세대는 돈을 모아 내집 마련의 기대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이라고 한다”면서 “월급으론 집값에 접근을 하지 못해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깊은 회의감이 있다. 경쟁과 승자독식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현 여당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의(衣), 식(食)이야 버티면 되지만 주(住)는 너무 힘들다"는 박성현(29)씨도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했다. 이유는 ‘주거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박씨의 신혼집은 2억원 보증금에 월세 80만원을 내는 재건축 아파트다. 녹물이 나오고 외풍이 심한 낡은 아파트라 매달 집에만 월세 포함 100만원이 넘게 나간다. 박씨는 "나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 "그저 주거가 안 되니 인생을 위협을 받는 느낌이고, 월세가 올라 돈 가치가 떨어지는 걸 보니 화가 났다. 그런데 어떻게 여당을 찍을 수 있겠는가"라 했다.

보수? 진보? 됐고, 내 집은 어디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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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청년층의 ‘집권당에 대한 분노’는 과연 ‘진보에 대한 회의감’과 동일어일까? 우선 이들의 투표 성향을 살펴보자. 1년전 21대 총선 방송3사 출구조사(지역구 대상) 결과를 보면, 20대는 민주당에 56.4%를, 30대는 61.1% 지지를 보냈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여권 주자였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20대와 30대는 각각 47.6%, 56.9% 선택했다. 청년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오래된 통설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20대와 30대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각각 33.6%, 38.7%를, 같은 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에겐 40.7%, 44.4% 지지하는 데 그쳤다.


2030은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정면으로 받고 경쟁과 승자독식의 구조의 피해자면서도 이를 내면화한 세대다. 이들은 1980년~2000년대 태어나 ‘밀레니얼’, ‘MZ세대’ 혹은 ‘90년생’이라 불린다. 보혁갈등과 같은 진영논리와는 거리가 먼 탈이념화·탈정치화 세대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시장·금융·소비에 익숙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거침없다. 스스로를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라 부르기도 한다.


4.7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7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4.7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7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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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부모 세대의 외환위기를 목격했고 대학 졸업 후 취업시장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경색, 2020년 코로나19 일자리 대란의 유탄을 맞았다.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도 목도했다. 이 같은 환경은 2030세대가 자신의 ‘자신의 이익’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민감한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진보 정당의 주류인 ‘86세대’를 포함해 현재 대한민국의 40대 이상 연령대가 진보·보수 프레임을 내면화 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내집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려워진 20대나, ‘패닉바잉’을 망설이는 30대나 현재 여당을 지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가속화된 양극화로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는 2030은 진영논리에 따른 투표보다 경쟁의 유불리, 이익에 민감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2030 청년층 민심 이반 현상의 핵심에는 부동산 문제가 자리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7333만원이다. 중위가격이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체를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가계가 소비나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돈을 뜻하는 가구당 월평균 처분 가능한 소득은 425만7000원. 20년간 숨만 쉬고 살면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2030세대에 서울 아파트는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벼락거지’(집값이 뛰어 빈곤해진 무주택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 내 투자)는 이들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돼버렸다.


청년이 보수를 택했다? ‘진영논리’ 분석일 뿐, 사실은 ‘민생고’ 표심
4·7 재보궐 선거일인 7일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 마련된 평창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4·7 재보궐 선거일인 7일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 마련된 평창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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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석은 이번 선거 결과를 ‘2030의 보수화’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진보·보수의 틀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어려워진 삶의 현실,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없어진 양극화가 ‘현재 권력(그것이 진보든 보수든)’에 반항하는 모습으로 구체화 된 것뿐이란 의미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지금의 20대가 경험한 건 오로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뿐"이라면서 "과거 보수정당에 대한 평가 없이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은 특정 정당에 소속감이 강한 연령 집단이 아니라 진보·보수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그보다는 현 정부가 청년들이 직면한 고용불안, 주거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그 불만을 집권당을 향해 표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진보당이든 보수당이든 청년의 목소리에 정치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 때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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