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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 코로나19 확산 막은 하수 검사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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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하수처리장. 사진 출처 = 'UC San Diego.'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하수처리장. 사진 출처 = 'UC San Di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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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공중 보건 당국자들은 감염 확산을 추적하거나 어떤 곳에서 폭발할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하수처리장에 자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로봇을 설치해 대확산을 막아낸 사례가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가 발행하는 'UC San Diego'에 따르면, 이 학교 롭 나이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40분마다 24개의 하수 샘플을 검사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동화된 하수 검사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하수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을 구성하는 유전 물질(RNA)를 추출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500명이 거주하는 단일 건물 내에서 발생한 1명의 코로나19 환자의 존재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도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점, 대변에 비교적 많은 양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잔존한다는 점도 소리없는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2일자 미국 미생물학회 학술지 '엠시스템즈(mSystems)'에 게재한 논문에서 "샌디에이고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환자 발생 여부를 1주일 단위에선 탁월한 정확도(excellent accuracy)로, 3주 단위에선 상당히 정확하게(fair accuracy) 분석할 수 있었다"며 하수처리 로봇 시스템의 견고함을 역설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캠퍼스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하수 기반 전염병 방지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매일 300개가 넘는 캠퍼스 내 빌딩에서 100개 이상의 하수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이후 1개월 쯤 지난 뒤 어느 금요일 오후 한 캠퍼스 구역에서 채취된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연구팀은 해당 캠퍼스 측에 이를 즉시 알렸고, 캠퍼스 측은 14시간 내 이를 구성원들과 부속 건물의 관련자 등 65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알리면서 조속히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결국 검사를 받은 사람들 중 2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확인됐고, 캠퍼스 측은 이들을 자가 격리시킴으로써 대규모 감염 사태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덕분에 약 1만명의 학생이 상주하는 이 대학 캠퍼스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은 약 1% 미만으로 주변 지역이나 대부분의 다른 대학 캠퍼스들 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다.

연구팀은 이같은 경험을 살려 샌디에이고 전체에 하수를 기반으로 한 전염병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샌디에이고는 인구 230만명의 대도시이지만, 한 곳의 하수처리장에서 모든 오수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오수가 몰려 드는 하수처리장에서 희석돼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불행히도 환자의 코에서 면봉으로 채취하는 것 처럼 하수 샘플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면서 "우리가 얻는 샘플은 고도로 희석돼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수와 쓰레기를 버리는 지 생각해 봐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40분당 24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할 수 있는 자동화된 로봇을 개발해 속도ㆍ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롭 교수는 "하수 기반 역학이 더 널리 채택됐으면 한다"면서 "빠른 속도로 대규모로 확산되는 질병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진단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리두기 및 격리에 대한 기회가 적어 감염병에 취약한 지역 사회들에게 특히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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