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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정세현 前 장관 "미국은 북한을 중국에게 빼앗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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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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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미국과 중국이라는 ‘빅2’가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중은 군사 뿐만 아니라 경제, 인권 등의 이슈에서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빅2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더욱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핵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사, 독도 이슈를 놓고 우리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대북 정책과 대일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국내외 외교 전문가와 석학들을 통해 한반도 정책의 혜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정책 전문가이자 아시아경제 필진인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가 매주 외교 전문가와 석학들과 대담을 갖는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라는 타이틀로 기획을 시작합니다.


1.'한반도의 현인(賢人)'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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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현인(賢人)으로 불리시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님과 첫 외교 오딧세이를 하게 됐습니다. 이름 그대로 한국외교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첫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석부의장님께서 학문적으로는 중국외교 전공자란 사실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으실 듯합니다. 이번 대담에서는 북한문제를 좀 더 국제질서의 변화와 외교적 시각에서 여쭤보고자 합니다.

▲제가 1977년부터 통일문제를 다뤄왔기 때문에 북한 전공자로 많이들 아시지만 제 학문적 전공은 석사 때부터 중국문제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중국의 대외관(觀) 연구: 우적(友敵) 개념 중심’이었습니다.


-2019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은 “국제질서가 신냉전의 초입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중관계는 ‘우’일까요 아니면 ‘적’일까요?

▲ ‘우’는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적’도 아닌 상태입니다. 과거 냉전시대 미소관계는 제로섬 게임이었지만, 지금 중국의 대미관은 윈윈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자신의 힘이 미국을 넘어설 때까지는 협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복안도 깔려 있습니다.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지금의 국제질서에서 냉전시대 미소관계처럼 칼로 무 벤듯한 관계는 형성될 수 없을 겁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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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재 중국은 동북아 질서 변화를, 미국은 역내 헤게모니 유지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2010년 “미국은 쇠퇴하는(declining) 국가가 돼가고 있고 중국은 부상하는(rising) 국가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부터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는 중국이 특별해서라기보다는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달한데다 무역을 통한 국익 창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국강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통 경제성장은 군사력성장과 비례합니다. 중국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4% 이상 성장한 반면 미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 혼자 힘으로는 중국 견제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동맹을 유난히 강조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미국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요?

▲미국의 대중정책에 있어 큰 문제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닌 자기 능력의 과신에 있습니다. 인도·태평양전략은 과거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의 21세기판에 불과합니다. 미국은 중국을 연구하고 중국의 급소를 찾아야 합니다. 미국은 이제라도 중국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일정 수준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해야 합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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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급소와 미국의 중국 관리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삼국지에 나오는 장계취계(將計就計), 즉 상대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역이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과 북한이 서로를 등에 업고 미국에 대항하려는 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해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은 조속히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며 미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서는 순간 미국의 동북아 헤게모니는 오히려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이 동맹국들과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면 중국은 역으로 북한과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는 그만큼 오히려 약화될 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핵문제를 이유로 계속 압박하면 북한이 얼마 못 버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강대국으로부터 침략당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약소국 민족주의의 저항성이 얼마나 강한지 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민족은 외세에 오랫동안 시달려왔습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압박만 해서는 북한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베트남이 굴복한 게 아니라 결국 미국이 손 털고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트남 민족주의의 저항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겁니다.


-베트남전의 뼈아픈 경험에서 미국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미국이 경청했으면 하는 것은 바로 중국에게 북한을 ‘빼앗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1월 노동당 당대회, 2월에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사개편을 살펴보면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국원 및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미국통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통들은 당분간 소용이 없다는 메시지입니다. 최근 몇 년간 북미관계에서 북한은 미국의 말 바꾸기에 질렸고, 협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강경파 대남통인 리선권 외무상을 당 정치국 위원, 중국통인 김성남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소위 북중관계의 발전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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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방향성은 제대로 잡았지만 미국의 협조가 관건입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때 미국은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2018년 11월부터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한 미국의 통제로 답보상태에 빠졌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전시작전통제권, 유엔군사령부 등 현안들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올해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야 합니다. 전작권의 경우 미국이 대중 견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에는 없던 기준인 완전운용능력(FOC)이라는 것을 조건을 내걸고 전작권 환수를 끌고 있습니다. 이거 제법 오래 갈 겁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정전협정을 관리하던 유엔사령부는 법리상 해체되는 것이 맞지만 주한미군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외교를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나 재주 부리는 돌고래에 자주 비유됩니다.

▲경제적으로 G10, 군사력으로 세계 6위라는 중견국 위상을 가진 한국이 이제 새우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돌고래도 아닙니다. 고래들 사이에서 기교를 부려가며 헤엄치는 것도 피곤한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한국을 ‘도랑 속을 걸어가는 소’로 비유하셨습니다. 도랑 속의 소는 젊잖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이쪽 둑의 풀도 뜯어 먹고 저쪽 둑의 풀도 뜯어 먹어가면서 살을 찌우는 것처럼, 우리도 미중이란 두 나라 사이에서 이렇게 외교를 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제언을 해주신다면?

▲민족화합협력범국민협의회의 황재옥 정책위원장이 얼마 전 한 언론 기고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외교적 거리두기(Diplomatic Distancing)’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평소 우리외교의‘자국 중심성’을 강조해온 저로서는 크게 공감합니다. 예로 미국은 한국에게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중국의 대 한국 경제제재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의 요구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설령 우리가 외교적 거리 두기와 같은 자국 중심성을 우선해도 미국은 한국을 쉽게 내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사실 한국은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 있어 핵심고리이기 때문입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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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의장님을 한 단어로 표현하신다면 무엇일까요?

▲1998년 4월 1주일 이상 베이징에서 남북비료회담을 하고 돌아오니까 뉴스 시간에 제가‘북한 대표’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 인상이 아마 강하고 딱딱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통일부 차관 발령 났을 때 인사 프로필에 제 별명이 ‘통일부 탱크’라는 기사가 났었어요. 제가 일단 일을 시작하면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통일부 직원들이 그걸 ‘탱크’라고 수근 댄 거죠. 하지만 저는 사실 인상과는 달리‘외강내유’(外剛內柔), 마음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정세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공산권연구관, 남북대화운영부장, 대통령 통일비서관,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차관에 이어 29대~30대 두 차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거쳐 2019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다.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정세현 前 장관 "미국은 북한을 중국에게 빼앗기지 말라" 원본보기 아이콘

◆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리/유인호 기자 sinryu007@

녹취/신의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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