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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오르면 더 받고, 떨어지면 안 돌려주고…명품의 '값질'

최종수정 2021.03.03 20:45 기사입력 2021.02.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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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5월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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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가격 인하분에 대해서는 돌려드릴 수 없고, 구매를 취소하시면 예약 순위에서는 제외됩니다."


지난달 명품 가방 구매를 위해 수백만 원을 지출한 직장인 김수연(33·가명)씨는 불쾌감에 밤잠을 설쳤다. 큰 맘을 먹고 명품 매장을 찾은 김씨는 원하던 가방이 재고가 없어 정가를 모두 지불하고 예약하는 이른바 ‘완불웨이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가방 가격이 인하돼 김씨는 매장을 찾아 내린 가격만큼의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씨는 "결제 취소는 몇 주 뒤 제품이 매장에 도착해야만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내 돈 주고 사는데 명확한 규정이나 설명도 없고, 오히려 고객이 쩔쩔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어이없다"고 설명했다.


식을 줄 모르는 명품 사랑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 전반이 침체된 속에서도 명품 시장은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 57개 점포의 총매출은 전년보다 9.8%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는 매출이 전년보다 15.1% 늘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된 3월을 제외하고 매월 전년 대비 신장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거나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이른바 ‘오픈런(개장 시간에 맞춰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발생했다. 2018년 13조원 규모이던 국내 명품 시장은 지난해 1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명품 사랑은 명품 업계의 도를 넘은 '배짱 영업'으로 돌아오며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제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하는 것은 물론 재고가 없다며 예약구매로 판매한 뒤 인상된 가격을 더 받거나 인하된 가격을 돌려주지 않는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명품의 '값'질

최근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은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과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5월에도 가격을 올린 바 있는 루이뷔통은 지난달 미니 핸드백과 파우치의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다. 펜디는 지난해 10월 ‘바게트 가죽백’의 가격을 약 20% 급격히 올린 뒤 지난달 슬그머니 가격을 인하했다. 디올도 최근 ‘트왈드주이 북토트 라지’ 가격을 10만원 인하했다. 모두 특별한 공지나 고객 안내는 없었다.


고무줄 같은 명품 가격에 완불웨이팅을 진행한 고객들은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완불웨이팅을 허용하는데 제품을 받기 전 가격이 오를 경우 차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인하될 경우 차액을 돌려주는 대신 취소한 뒤 새로 구매하도록 조치한다. 수개월간 기다렸는데 취소할 경우 예약순위에서 또다시 밀리다 보니 사실상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명품 구매 경험이 다수 있는 정현이(35·가명)씨는 "제품 가격이 인하되더라도 언제 재고가 들어올지 알 수 없어 몇십만원을 손해보더라도 대부분은 그냥 구매를 한다"며 "제품 가격 인상 소식에 ‘오픈런’이 발생할 정도로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많아 고객임에도 명품 브랜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공정 사례가 늘어나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미래의 제품에 대해 전체 가격 중 일정 부분을 계약금 형태로 지불하는 것이 아닌 제품 가격 전체를 지불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이 과정을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소비자가 이에 응했는지 등도 따져봐야 하며 구체적 사례 접수가 이뤄져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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