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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디지털 기술발전과 새로운 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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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디지털 기술발전과 새로운 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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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방 출장이 있어 서둘러 서울역으로 달려가 열차를 타려 하는데, 매표소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사람이라면 편하게 애플리케이션으로 예매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정부에서는 디지털뉴딜 등 환경의 변화와 소위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강조하지만, 발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더욱 많아질 수 있다고 예측되는 대목이다. 실제 디지털정보와 콘텐츠로의 접근성은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나며 그 혜택과 삶의 영향력은 일부에만 국한될 수 있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새로운 계급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급 간 불평등과 소득의 격차도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하고 디지털기기에 능숙한 사람들은 시간의 여유를 획득하고 카페에서 자신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이와 함께 화상회의를 하며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도 소득을 늘려나갈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업무에 종속돼 필수적 업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음식배달 노동자, 경찰관, 소방관 등은 일자리를 잃지는 않겠지만 점점 더 세지는 노동 강도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최근에 문제되는 물류센터 플랫폼 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 증가와 살인적 노동 강도 등으로 로마시대의 노예에 비교된다. 디지털경제가 확대되고 로켓배송이 가능해지고 배달 앱을 사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비대면(언택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종의 경우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고 있는데, 전기차의 출현과 자율주행시대의 도래에 따라 전통적 제조업으로서 완성차업체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은 불안정하다는 의미의 ‘프레카리오’와 무산계급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를 합해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노동계층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의 ‘프리터’와 같이 정규직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의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저임금, 저숙련 노동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앞에서 이야기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이러한 사례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고숙련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디지털기기로의 접근성이 낮으며,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콘텐츠의 향유와 일자리, 삶의 질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새로운 모바일기기들이 출현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대돼도 음식점에 출입할 때 QR코드를 찍지 못해 여전히 수기로 장부에 이름을 적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를 인지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를 통해 관련 정책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코로나19 이후에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계급사회에 대해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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