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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미얀마 軍營기업 제휴 글로벌업체, 잡은 손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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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장기화에 피해 우려
日 기린홀딩스 등 글로벌기업
군영기업 제휴 철회·유지 고심

군사 지휘부가 경제권도 장악
현지 진출 위해 파트너십 필수

[글로벌포커스] 미얀마 軍營기업 제휴 글로벌업체, 잡은 손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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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일본 맥주업체 기린홀딩스는 지난달 5일 미얀마 군영 기업인 미얀마홀딩스(MEHL)와의 제휴 관계를 종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기린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기준과 인권 정책에 반하는 미얀마 군부의 행동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미얀마군 복지기금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MEHL과의 현 합작투자 제휴 관계를 끝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린이 관계를 청산키로 한 MEHL의 회장은 다름 아닌 이번 미얀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다.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

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쿠데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인권단체에서는 "군부와 손을 잡고 있다"며 화살을 기업들에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가할 경우 기업들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투자 손실을 감내하고 현지에서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MEHL과 합작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 8개 중 6개는 외국 기업이다. 일본 맥주 업체인 기린홀딩스, 중국 금속 광산업체 완바오광업, 싱가포르는 담배사업 펀드 RMH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포스코 등 3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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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군부와의 관계를 청산할 것을 압박받아온 기린홀딩스가 쿠데타 이후 기업이 군부와 관계를 끊은 첫 사례가 됐다. 기린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현지에서 군부와의 제휴로 생산된 ‘미얀마 맥주’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일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유명한 식음료 체인은 지난달 24일 미얀마 맥주를 포함해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의 상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린에 이어 미얀마에서 담배 사업을 하는 싱가포르 펀드 RMH 싱가포르도 군부와의 파트너십을 끝내기로 했다. RMH 싱가포르 측은 지난달 9일 MEHL과 세운 미얀마의 버지니아 담배 회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17년 양곤에 롯데호텔을 건설하기 위해 MEHL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받았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얀마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언론에 미얀마 법인에서 지급한 배당금이 군부의 인권침해 행위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명확한 근거가 나올 때까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제권도 장악한 군부

글로벌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와 손을 잡는 이유는 2011년 군정이 공식 종료된 이후에도 전 분야를 장악하며 미얀마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는 자신들이 만든 헌법에 따라 의회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차지하고 국방·내무·외무 등 주요 부처 장관의 임명권을 독점하고 있다. 군부가 1990년 전·현직 군인의 복지를 위해 설립한 MEHL은 이러한 특혜를 누리며 미얀마 핵심 산업인 보석 광산뿐만 아니라 유통, 금융, 여행, 선박, 대중교통, 건설, 직물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출했다. MEHL의 자회사만 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업이 독점이 만연하고 폐쇄적인 미얀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군부와의 파트너십이 사실상 필수다. 군부가 토지 등 핵심 자산을 국유화한 만큼 현지에서 공장이나 건물 부지를 얻기 위한 첫 관문이기도 하다. MEHL은 해외 기업과 주로 합작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손을 잡는다. 군부는 이러한 대가로 해외 기업에 특정 사업을 할 권리를 인정하거나 토지 사용권을 제공한다. 일례로 완바오광업은 MEHL로부터 렛파다웅 구리광산에 대한 채굴권을 부여받았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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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한 달, 미얀마의 운명은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 고무총, 실탄사격 등을 쏘며 체포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이후 군부와 친군부 인사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최소 30명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에 맞서 ‘군부 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세 개를 펴는 ‘세 손가락 시위’를 하고 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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