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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모녀상봉 "아이고" 한국어머니 정서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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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모니카役 한예리 "어려운 시간 이겨낸 제 모습 닮아"
정이삭 감독, 어머니 연기 주문 안 해…흉내 내지 않고 편하게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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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체 어디야?" 영화 '미나리'에서 모니카(한예리)는 말문이 막힌다.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옥야와 바퀴 달린 컨테이너. 새 둥지라는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의 설명에 입 안은 바싹바싹 말라간다. 자기 허리보다 높은 문턱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가 약속했던 건 이게 아니잖아."


부부 갈등은 계속된다. 낯선 아칸소주에서 농사로 성공을 꿈꾸는 제이콥. 모니카는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돌아가고 싶다. 남편의 호언장담도 불신하지만, 아들 데이빗(앨런 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안절부절못한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다. "여기 오래 안 있을 거야. (…) 병원 근처로 이사갈 거야."

냉랭한 분위기는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가 오면서 환기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모니카의 막막하고 외로운 감정은 변함이 없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어도 표정과 말씨에서 은근슬쩍 드러난다. 우리네 어머니들 가슴에 맺힌 한(恨)이다. 한예리는 "시종일관 인내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밝혔다. "첫 등장부터 인상이 좋지 않잖아요. 그 불만과 불안을 계속 억누르는 게 보여야 했어요. 침묵과 따가운 눈빛으로 가능하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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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이 고루 섞인 복잡한 감정이다. 모니카는 고집을 부리는 법이 없다. 그만큼 제이콥을 사랑한다. 크게 다투는 순간에도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한예리는 "제이콥보다 그를 더 많이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했다. "단순히 신경질을 부리는 게 아니에요. 자기를 봐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죠.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간절한 심정이 제이콥의 머리를 감겨 주는 장면에서 절절하게 나타나더라. 종일 땅을 파느라 팔이 어깨 위로 올라가지 않는 남편을 애틋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데.

"제이콥을 향한 사랑을 나타내는 장면이에요. 제이콥의 무력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슬픔을 가리지만, 모니카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이콥이 좌절을 몰래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요."

-모니카 역시 자기희생의 태도를 보여주는데….

"그런 성격의 배역이라고 해석했어요. 모니카에게도 그만의 꿈이 있었겠죠. 그걸 실현하러 미국 땅을 밟은 건 아닐 거에요.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겠죠. 이전부터 자기희생적으로 가정을 지켜온 거에요. 당연히 모성애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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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를 한층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아픔이 짐작되더라고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아이들처럼 성장통을 겪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밑바탕에 자리한 단단한 사랑만큼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영화에서 데이빗과 앤(노엘 조)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겠죠. 제 과거를 보는 듯했어요. 저 또한 미나리처럼 가족과 함께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며 자랐거든요."


-한국적 정서가 담긴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친정어머니와 상봉하는 장면에서 "아이고"라는 소리를 거듭 내더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감정감탄사를 효과적으로 표출한 듯하다.

"친정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고 싶어 직접 넣은 대사에요. 순자와 모니카에게 동질감을 부여하고 싶었죠. 엄마와 생이별하고 어렵게 살아온 시간이 떠올랐을 것 같더라고요. 무거운 짐을 이고 그 길을 따라 찾아온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자기 마음을 다 알아줄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을 듯했어요. 부모님과 할머니께서 자주 쓰시는 '아이고'라는 표현이 적당하게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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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의 성격을 드러낼 여지가 적은 약점을 함축적 표현으로 최소화한 듯한데….

"과찬이세요. 효과적인 표현을 많이 고민한 건 사실이에요.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씩 모니카에 다가갔죠. 한국적 정서가 가미된 보편적인 어머니 상(像)이었어요. 순자나 제이콥만큼 개성이 강하진 않지만, 그걸 포용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 표현이 상당히 자연스럽더라. 엄마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데 집착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한 번도 어머니를 연기해달라고 주문하지 않으셨어요. 그랬다면 부담이 됐을 거에요. 당시 어머니들 모습을 분석하고 흉내내려고 애썼을 거에요. 다행히도 그런 요구를 받지 않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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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의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갔나.

"리허설을 하면서 적당한 톤을 찾아갔어요. 빈틈이 생길 여지가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상대 배우들과 교류하는 신이 많다 보니 영화에서 요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어요. 촬영장에서 정 감독님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배려해주기도 하셨고요."


-이번 연기를 통해 기대한 점이 있다면….

"모니카라는 사람이 이해되길 바랐어요. 그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지 안정적으로 전달되길 희망했죠. 우리 모두의 어머니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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