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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발적 기부의 허상…피해보전 'FTA 기금' 기부금 17년째 0원

최종수정 2021.01.19 13:03 기사입력 2021.01.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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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의 출연금 또는 기부금’ 명시에도 자발적 기부금 전무
민간 자발적 참여 부진 시 정부 재원 조달 우려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단독[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정부가 민간의 자발적 기부를 기대하며 17년 전 조성한 자유무역협정(FTA) 기금에 민간 참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기업의 자발 참여를 전제로 소상공인 등을 위한 기금 조성을 언급했는데, 자칫 ‘제2의 FTA기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계기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업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1600억원 규모의 FTA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예산으로 100% 충당하면서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했다.

당시 정부는 민간 참여를 언급하지 않은 채 기금의 근거법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농어업법)’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이 법 제14조에는 ‘정부가 7년간 모두 1조2000억원의 기금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는 내용과 함께 정부 출연금과 ‘정부 외의 출연금 또는 기부금’이 명시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외’라는 표현은 민간을 가리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민간의 참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7년간 민간 기부는 ‘0’원이었다. 매년 정부 예산과 융자금 회수, 은행이자 등이 기금의 주요 수입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수입원을 보더라도 총 5707억원 가운데 융자금 회사가 254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예치금과 경상이전수입이 1888억원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정부 예산인 농특회계 전입금은 1275억원이 투입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출연금 등이 기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민간 기부에 대한 의존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TA기금 사례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대만큼 민간의 부응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기금을 제도화해 강제할 수 없다"며 "민간·경제계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참여한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에 민간기업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사례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과 지난해 전국민재난지원금 기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중 FTA 체결 이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조성을 당부했지만 매년 3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초 조성목표액은 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면서 부유층의 기부를 유도했지만 모금액은 2800억원에 머물렀다.


소상공인 기금을 조성한 후 민간 참여가 부진할 경우 결국 정부가 총대를 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해마다 피해 지원액이 커질 경우 예산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2017년 33억원에 불과했던 농업인 피해 보전 및 폐업지원액은 3년 새 28배나 증가한 988억원에 달했다. FTA기금의 농특회계 전입금은 이 기간 1100억원에서 1275억원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민간 분야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기부하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의 피해 보전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기부금을 낼 경우 주주들 배임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익을 낸 기업을 따져서 가리기보다는, 재난·재해에 따른 모금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부에 따른 효과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할 때 자발적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금의 필요성과 실제 집행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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