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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자료삭제' 산업부 공무원 2명 구속…칼끝 윗선으로

최종수정 2020.12.05 08:18 기사입력 2020.12.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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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량삭제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
대전지검, 백운규 전 장관 곧 소환
'윗선' 관여여부 조사 속도 붙을 듯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1호기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1호기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거나 이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됐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 속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등 2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됐던 과장급 공무원 1명에 대해선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A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1월께 B씨에게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와 함께 구속된 부하 직원 B씨는 지난해 12월2일 월요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전날(일요일)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웠다고 감사원 등은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11월6일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보고자료와 청와대 협의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감사원 요구를 받았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을 빼고 소송 동향 등 일부 자료만 같은 달 27∼28일에 보냈다. 삭제는 지난해 12월1일께 이뤄졌다. 청와대와 협의했던 흔적을 없앤 셈이다. 자료 삭제가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을 넘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의 청와대 관여 사실 자체를 없애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씨는 중요하다고 보이는 문서의 경우 나중에 복구해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한 뒤 없애다가, 나중엔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단순 삭제하거나 폴더 전체를 들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감사원에서 "감사 관련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감사원 측에) 말하면 마음에 켕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장(C씨)이 제게 주말에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밤늦게 급한 마음에 그랬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다른 부하직원인 과장 C씨의 영장은 기각됐다.


주요 피의자가 구속됨에 따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 속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삭제 문서에 청와대 협의 자료 등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던 것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만간 구속자들의 윗선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이번 의혹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실체를 밝혀나간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다. 백 전 장관과 당시 청와대 등 윗선 관여나 지시 여부가 검찰이 보는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8년 4월2일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이 산업부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방안을 (백) 장관에게 보고한 후 이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백 전 장관은 관련 직원 질책과 보고서 재검토 등 지시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할 것'이라는 취지의 방침을 정하게 했다고 감사원은 강조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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