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정치, 그날엔…] 2012년 '덕양대첩' 승패 가른 핫스폿 1㎢ 아파트촌

최종수정 2020.12.05 09:00 기사입력 2020.12.05 09:00

댓글쓰기

170표 차이로 승패 갈린 고양 덕양갑 선거…지하철 3호선 화정역 인근 표심이 승자 좌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인들에게는 지역구 면적이 작은 것도 복(福)이다. 열심히 발품을 팔면 하루에도 지역구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광활한 군 단위 지역 4~5곳을 합쳐 1개 지역구를 형성하는 곳과 비교한다면 ‘선거 운동 효율성’ 측면에서 극과 극이다.


실제로 강원도 지역구 출마 정치인들은 선거 기간 내내 자기 지역구도 한 번 다 돌지 못할 정도이다. 주민들이 마을마다 조금씩 살고 있으니 주민들을 찾아가 명함을 돌리고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된 곳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은 지방의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편하게 정치활동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농촌을 끼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선거운동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선거 판세를 가를 중요한 그 지역은 마음만 먹으면 1시간에도 몇 번은 왔다 갔다 하며 유권자들과 접촉할 수 있다.


그곳은 바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이다. 덕양구 면적은 165.5km²에 달한다. 고양시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다. 성남시 전체 면적이 141.7km²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덕양구 면적은 꽤 넓은 편이다.


이런 덕양구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이 선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는 무슨 의미일까. 덕양구는 인구 밀집지역과 농촌 지역이 섞여 있는 곳이다. 면적은 넓지만 북한산 국립공원 임야지역 등을 고려하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제한적이다.

특정 지역에 사람이 몰려 살고 있고 다른 지역은 민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곳도 있다는 얘기다. 특정 지역에 사람이 몰려 살고 있고, 이들이 선거 판도를 결정지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들이 사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다.


2012년 4월11일 제19대 총선 당시 덕양구갑 지역구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기준점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사는 이웃들의 선택이 국회의원 승자를 바꿔놓았다. 덕양갑은 19대 총선 지역구 가운데 가장 적은 표 차이인 170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곳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는 4만3758표를 얻었고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는 4만3928표를 얻었다. 심상정 후보의 170표 승리로 끝이 났다. 손범규 후보는 2018년 제18대 총선에서 해당 지역구에 출마해 43.50% 득표율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지역구 관리도 탄탄했고 여당 프리미엄도 지녔기에 당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심상정 후보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지닌 인물이다. 18대 총선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19대 총선은 손범규 후보와 1대 1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투표 당일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이어질 때도 승패는 알 수 없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초중반까지 손범규 쪽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고 방송으로 중계되는 실시간 개표 결과는 손범규 후보가 앞서가는 것으로 보도됐다.


개표가 중반을 넘어설 때도 이런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심상정 후보 쪽에서는 패배 보다는 승리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개표 흐름은 좋지 않은데 왜 승리를 예견하고 있었을까.


고양갑 선거는 화정동에서 시작해 화정동으로 끝이 나는 선거이다. 다른 지역 투표 결과도 중요하지만 화정동의 표심이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19대 총선 당시 덕양갑 선거인수는 16만1346명이다.


덕양갑은 주교동, 원신동, 흥도동, 성사동, 고양동, 관산동, 화정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정동(1동과 2동) 선거인수는 6만명에 달할 정도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지하철 3호선 화정역을 중심으로 밀집한 아파트촌에 사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대 총선 판세를 가른 동네는 화정2동이었다. 화정2동은 화정역과 화정버스터미널, 화정중앙공원, 고양경찰서 등이 있는 곳이다. 특히 화정역 남쪽 방향으로 1㎢ 안에 화정2동 유권자 대부분이 살고 있다.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서울이나 일산 쪽으로 이동하기 쉽고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대다수가 지나는 지역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쇼핑과 교육 등 주거 환경도 좋은 지역이다.


덕양갑에서 농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손범규 후보가 상당히 앞서는 흐름을 보였지만 화정동은 달랐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얻은 4만여 표 중 절반에 가까운 2만표 가까이를 화정동에서 얻었다. 특히 화정2동은 9432표를 얻어 6771표를 얻은 손범규 후보보다 2661표를 앞섰다. 심상정 후보가 최종 집계에서 170표 앞서 승리를 거둔 것을 고려한다면 굉장한 차이다.


두 후보의 표 차이가 화정2동 만큼 벌어진 곳도 없었다. 손범규 후보는 고양동과 관산동에서 선전했지만 화정2동 한 곳에서 크게 밀리면서 승리를 양보해야 했다. 화정2동 아파트촌(별빛마을 7~10단지, 옥빛마을 13~17단지) 주민들의 표심이 판세를 뒤집어놓은 선거로 기록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