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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비혼 출산도 당당한데, 한국 여성은 왜 숨어야 하죠" 전영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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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책임과 경제적 부담까지 떠 안아야
힘든 세월 보냈지만 양육비는 큰 힘

미혼모 시설 없이 부모가 돌봐주는 日
韓 부모조차 외면…보육시설로

"혼자 아이 키우는 사람 존중해줘야"
정상 가족 프레임…건강가정기본법부터 개정해야

전영순 대표 (제공=한국한부모연합)

전영순 대표 (제공=한국한부모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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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도 나오고 있는 시점에 최근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한국 여성들은 왜 자꾸 아이 낳은 걸 숨겨야 할까, 죄인처럼 숨어야 될까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여전히 시선, 인식의 문제가 굉장히 크다고 봐요."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2000년 이혼 후 한부모가 되면서부터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이혼한 지는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막막했던 감정을 잊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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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실패한 사람 같았어요. 그런데 모여서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런 사실을 차츰 알아가게 됐어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거구나 생각했고요. 내가 좀 더 행복하게 살려면 이혼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었던 거죠. 나의 선택을 존중하자 이런 생각으로 많이 바뀌면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좀 편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전 대표가 이혼을 할 때 두 자녀는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사춘기 시절을 어렵게 보내진 않았지만 부모 역할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홀로 양육을 하겠다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혼자서 다 끌어 안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종종 들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양육과 함께 경제적 문제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점이었다. 전 대표는 아이들과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는 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경비 아저씨게 혼나서 같이 울기도 했었다고.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버텼는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이들끼리 있어야 하니까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전 대표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오랜 기간 소송을 벌인 것을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적게 나마 양육비를 받으니까 아이들한테도 아빠가 그래도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 것 같다"며 "정서적 부분에서 크게 작용해서 비양육자가 아이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0일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은 영화 '프레셔스'를 함께 봤다. 관람 후 단체 사진 (제공=한국한부모연합)

지난 10월 10일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은 영화 '프레셔스'를 함께 봤다. 관람 후 단체 사진 (제공=한국한부모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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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설립된 한국한부모연합에서 전 대표는 2012년 공동대표를 거쳐 2016년 대표로 다시 선출돼 지금까지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유난히 편견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미혼모 시설이 없대요. 왜냐하면 집에서 미혼부모를 다 거둬주는 분위기라서요. 밖에서 숨어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나라는 부모가 형편이 괜찮아도 보육시설로 많이 가요. 부모들도 창피하다고 받아주지 않으니까요. 남자친구를 사귀다가 아이를 가졌는데 결혼은 아닌 것 같고 낳아서 키우려고 결정했다면 정말 존중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대표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보호출산제'가 오히려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호출산제는 출생신고시 친모 신상을 비공개하는제도다. 그는 "지금도 아이가 입양갈 때 산모가 정보를 공개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성이 자꾸 숨길 수 있게 도와주려고 건 편견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등록 때문에 신분을 밝히기를 두려워한다고 보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결국 인식이나 시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부모가족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는 현장 모습. (제공=한국한부모연합)

한부모가족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는 현장 모습. (제공=한국한부모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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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이뤄져야 할까. 전 대표는 건강가정기본법에 박힌 가족에 대한 정의부터 수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가정기본법에는 가족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금의 법상으로는 이런 구성에서 해체되거나 다른 결합으로 가족이 구성되면 규범에 어긋나고 문제적이며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곧 차별로 연결된다.


전 대표는 "누구하고 살아도, 어떤 형태로 살아도 그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당신들이 아기를 낳았으니가 키우라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사람들에 대해 사회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삐닥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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