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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행정·공무직 업무 마찰…학교는 지금 勞勞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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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땐 주로 성향 다른 교사 갈등
최근엔 직종 간 감정싸움 격화

학교 내 확실한 업무 지침 없어
정수기 관리 놓고 격돌하기도

학교서 교육 일면 담당하는 만큼
공무직 전문교육 필요성 제기

교사·행정·공무직 업무 마찰…학교는 지금 勞勞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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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모 학교에서 '정수기'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직종이 다른 교직원들이 서로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공방을 벌였고 결국 아무도 정수기를 관리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한동안 물을 마실 수 없었다. 행정공무원과 교육공무직들은 '정수기가 교실 안에 있으니 교사가 관리하라'라고 했고, 교사들은 '수업과 관련 없는 환경 관리니 행정직이나 공무직이 하라'라고 버텼다. 학교에 다양한 직종이 섞여 근무하다 보니 이 같은 업무 범위 갈등이 있고 '떠넘기기 한다' '일을 안 하고 월급만 받는다'라는 식의 감정적 다툼도 흔히 발생한다.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다.


과거 학교 노노(勞勞) 갈등은 주로 교육 방향이나 이념 성향이 다른 교사 사이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와 행정직공무원, 교육공무직 사이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벌어진다. 직종이 50여개에 달하는 교육공무직이 그 가운데 서 있다. 교육공무직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일반 노동조합을 조직해 협상한다. 이들이 파업 등 실력행사를 하면 당장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할 교육청이 요구 사안을 대부분 들어주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해왔다. 최근에는 잇따른 처우 개선 과정이 다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공무직은 교육정책의 대상이라기보다 노동정책적 측면이 강한 직종"이라며 "그들의 인건비가 교육청 예산에서 나간다는 걸 제외하면 사실상 교육과 별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은 교육감이 선발해 채용한다. 그래서 교섭 상대도 17개 시도교육청이다. 교섭은 지역별로 이뤄지지만 실상은 지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합체적' 성격이 있다. 한 교육청에서 처우를 개선해주면 다른 지역에서도 요구가 나와 관철되는 식이다. 매년 이 같은 교섭이 이어지자 교육청은 자체 대응에 애로를 겪었고, 교육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인사권이 교육청에 있고 교육자치의 일환이란 점에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교육공무직의 처우는 꾸준히 개선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공무직은 지난 3년 동안 정원이 20% 증가했는데 인건비는 300%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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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이 처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파업과 같은 잡음이 잦은 것도 문제지만, 애매한 업무 범위도 해결해야 할 분야다. 특히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지방의 한 작은 학교에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떨어진 사택에서 돌봄교실이 운영됐다. 돌봄전담사가 안전 문제를 들어 돌봄교실을 학교 안으로 옮기자고 제안했지만, 공간을 확보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마저도 정식 교실이 아닌 보건실 한쪽에 공간이 주어졌다. 교사 사회에서는 돌봄을 '교육의 한 부분'이 아니라고 여기는 데다 '내 업무가 아니니 상관 없다'라는 무관심도 만연하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돌봄전담사에 대해 "파업만 하면 무조건 혜택이 생기니까 학교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업무 시간에 책만 읽기도 하고,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도 굳이 나와 초과 근무 대장을 쓰기도 한다"고 비난했다.


행정공무원과의 갈등도 심하다. 한 학교에는 행정공무원인 '시설관리직렬'과 교육공무직인 '시설관리인'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시설관리 책임을 두고 분쟁이 불가피하다. 업무 범위 조정은 학교장 권한이지만,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간 집단 불만이 제기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에 학교장들은 교육당국에서 직업 영역 간 업무 범위 결정 등 '지침'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과 접촉면이 있는 만큼 교육공무직의 전문성을 담보할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특정 업무를 할 자격으로 학교에 들어온 교육공무직이 향후 해당 업무가 사라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라 업무가 사라져도 퇴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청은 교육공무직이 일하는 환경과 업무에 사명을 느끼고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교육부는 큰 틀에서 업무 지침 등을 만들어 해당 직종을 안착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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