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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에겐 절박한 단어" 秋-검사 공방에 '커밍아웃' 남발,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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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檢 갈등에 '커밍아웃' 무분별 사용…무지개행동 "용어 역사성 훼손"
전문가 "소수자에겐 절박한 단어…정쟁 이용 자제해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직접 저격한 글./사진=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캡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직접 저격한 글./사진=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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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사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성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 '커밍아웃' 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수자 인권 운동의 의미와 역사성을 축소·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단어가 본래 가진 의미를 희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등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커밍아웃했다"고 표현하며 "개혁만이 답이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일부 검사들은 추 장관이 평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한 항의 취지로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이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라며 잇따라 댓글을 남겼다.


추 장관과 평검사들이 '커밍아웃' 용어를 사용하며 설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권, 언론 등에서는 추 장관과 검사들이 거론한 '커밍아웃'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또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검사들을 향해 "국민들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권 단체에서는 이 용어의 사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성소수자 단체 연맹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지난달 30일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이 글을 쓴 후,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검사들의 글이 이프로스에 올라오고 관련된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모두 커밍아웃이 갖고 있는 본래의 뜻과 어긋날 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들어온 용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지개행동은 "커밍아웃(Coming Out)은 '벽장에서 나온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문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스스로 드러내 벽장 속에서 문을 열고 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장관과 검찰, 그리고 언론 모두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성소수자 단체 연맹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캡쳐

/사진=성소수자 단체 연맹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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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행동의 비판 그대로 언론 보도 과정에서 '커밍아웃'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11년 9월 제정한 인권보도준칙 매뉴얼에는 커밍아웃 표현에 대해 "성소수자가 자신을 긍정하고 당당하게 성정체성을 밝히는 의미이므로, 범죄 사실을 고백하는 표현 등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메뉴얼에는 커밍아웃의 잘못된 용례로 "그동안 대졸이라고 거짓말을 했거든요. 아내도 제가 대학 나온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커밍아웃'하고 절 퇴학시켰던 모교를 찾아갔습니다"라는 문장을 예시로 들고 있다. '숨겨왔던 사실을 밝힌다'는 의미의 맥락으로 커밍아웃을 사용했지만, 성소수자가 스스로 성정체성을 밝히는 맥락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단어 사용을 자제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도 지난달 30일 이번 논란과 관련해 "'커밍아웃' 용어 사용 중단을 촉구한다"며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걸어온 역사성을 훼손한다. 특히 추 장관과 검찰은 더 높은 인권 감수성을 지녀야 할 위치에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단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본래 갖고 있는 의미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문화평론가는 "성소수자들 입장에서 커밍아웃은 절박한 것인데, 그것을 마치 뭔가 밝히는 듯한 의미로 일상에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며 "정치권 등에서 이런 표현을 가지고 정쟁화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 인해 단어가 갖고 있는 본래 의미를 희석시키게 된다. 성소수자 입장에서 매우 불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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