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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전세 줄서기' 없는 나라,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최종수정 2020.10.29 11:36 기사입력 2020.10.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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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전세 줄서기' 없는 나라,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국민의 주거안정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습니다".


28일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대부분을 '한국판 뉴딜'을 포함한 556조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 이 연설에서 '국민 주거안정'도 거론된 것이다. 특히 '전세 시장'을 꼭 집어 언급한 점은 문 대통령 역시 '전세 대란'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전세 시장, 특히 서울의 전세시장은 대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전세 매물이 한두개 있으면 다행이고, 그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매물이 있는 곳도 단기간에 가격이 훌쩍 뛰어, 그 전의 가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쉽사리 거래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달 중순께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10여팀이 줄을 서서 집을 볼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칫 '전세 난민'이 될 뻔하다 결국 세입자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의왕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무리 "전셋값은 안정됐다"고 외쳐도 시장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 대란은 이미 예고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을 비판하며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임대차 3법이 임차인의 편을 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다 보니,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임대차 3법 탓이 아니라 저금리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176석의 거대 여당이 법 통과 과정에서 조금만 더 야당의 외침에 귀를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가을 이사철은 얼추 마무리됐고, 겨울에는 이사 수요가 비교적 적어 전세 물량이 부족하더라도 대란 우려는 덜하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또 다시 이사철이 돌아온다. 봄 이사철의 경우 새학기와 맞물리며 별다른 요인이 없어도 매년 전세 가격이 치솟곤 했다. 그런데다가 이미 예고된 전세난까지 겹친다면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시름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로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짓지도 않은 임대아파트로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월세 세액공제' 카드 역시 전세난을 해결하기 보다는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로 들어간 국민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전세 대책에 무주택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책이 아닌, 실수요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청년의 국민청원이 화제다. 이 청년은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부족함 없이 이 사회 중산층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고, 중산층으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배필을 만나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세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주택난으로 결혼을 포기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청년들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부동산에 있다는 걸 정녕 모르시나며 울분을 토하는 그의 목소리를, 청와대도 정치권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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