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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리더십 재조명(下)]"천재 한명이 국가도 먹여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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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이건희 리더십
"한명의 천재가 국가도 먹여살려" 파격의 '인재 중용론'
핵심인재 확보에 사활

[이건희 리더십 재조명(下)]"천재 한명이 국가도 먹여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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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립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철학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인재'다. 이 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유능한 인재 영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2003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설파한 천재론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빌 게이츠와 같은 천재 한 명이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재임시절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열릴 때마다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챙겼다. 2002년 5월 그룹의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이를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으며, 확보한 핵심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항목에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사장단의 인사평가 점수에서 100점 중 30점은 핵심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로 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덕분에 당시 해외 출장길에 나선 각 계열사 최고 경영진은 해당 지역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현지 채용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은 핵심 인재를 S급, A급 등으로 구별하고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파격적으로 대우를 해주는 만큼 재계에서는 "삼성 전무가 되면 1대가 풍족하게 먹고 살고, 부사장이 되면 2대가, 사장을 하면 3대가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99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 전자 소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9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 전자 소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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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인재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먹여 살려

그는 자서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보자'에서 "미국이 소프트, 하드웨어를 다 점령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그 나라가 세계 각국의 두뇌들이 모인 용광로이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의 천재가 한곳에 모여 서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두뇌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인재가 단순하게 삼성이라는 한 기업만 먹여 살린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후 이 회장은 2010년 사장단 회의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뽑아달라"고 주문했고 하버드대, 와튼스쿨 등 해외 명문대학과 주요 MBA(경영전문대학원) 출신 고급 인력들의 리스트를 직접 파악해 영입하기도 했다. 최고의 인재는 파격적 대우를 통해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해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회장의 인재 경영철학과 맥이 닿는다. 승 소장은 뇌 기반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이다. 2018년부터 삼성리서치 최고연구과학자(CRS)로서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에 대한 자문을 통해 글로벌 AI 센터 설립과 AI 인력 영입에 기여해왔다.


1987년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하는 이건희 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87년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하는 이건희 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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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경영철학 다양한 제도로 나타나

이 회장의 인재 경영철학은 삼성이 도입한 혁신적 제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 제도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ㆍ4제'다.


이 회장은 직원들이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면 자기계발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판단, 1993년 7ㆍ4제를 전격 도입한 바 있다. 9ㆍ6제와 야근이 일상화되던 시절, 이 회장의 시도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파격적이었다. 7ㆍ4제는 현재 자율 출퇴근제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인재를 선발할 때 성별, 학벌, 학력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 회장의 철학이었다.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성(性)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학력, 학벌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그룹은 1995년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당시 만연해 있던 여성에 대한 채용이나 인사상 차별도 없앴다. 1987년 취임 초부터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회장은 여성들이 육아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일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해 어린이집 사업을 현실화했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라며 "이는 실로 인적 자원의 국가적 낭비라고 아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탁아소나 유치원 시설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 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새로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했다. 1991년 지역전문가제도, 1993년 21세기 최고경영자(CEO)과정과 21세기 리더양성과정, 1994년 테크노-MBA, 1996년 삼성경영기술대학 등도 이 회장이 만든 대표적 인재 양성 제도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임원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은 손톱만한 반도체 위에 세계를 품으신 세계인이셨고, 기술 기반 위에서 미래를 개척한 미래인이었다"며 "거지 근성으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고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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