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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국감]"모욕적" "의원도 위증 책임"…피감 장관·기관장도 '발끈'

최종수정 2020.10.24 10:07 기사입력 2020.10.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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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 한화 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를 받는데 (내 사외이사 경력이) 일조했다는 것은 굉장히 모욕적이라 생각한다."(조성욱 공정위원장)

"('탈원전으로 태양광, 풍력에 기웃거리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한수태'로 기업명을 바꿔야 할 것'이란 발언은) 모욕적인 말이다. 한수원에서 원전 비중이 97%란 점을 참고해달라."(정재훈 한수원 사장)


"위증에 대해선 나중에 의원도 책임을 져라. 전 위증한 적이 한 번도 없다."(정 사장)


올해 국정감사에선 피감 기관장도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원 질의에 항의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모욕적'이란 표현은 주로 야당 의원이 원인을 제공하고 여당 의원이 받아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표현인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피감 기관장도 "모욕적" 응수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정부와 공공 기관의 피감 기관장들은 예민한 정책 결정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개인과 조직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정무위원회 국감에 참석한 조 위원장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자신의 한화 사외이사 경력과 최근 공정위의 한화 일감 몰아주기 무혐의 결론을 엮는 발언을 하자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에 국감에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원자력'을 의미하는 한수원의 '원' 자를 태양광의 '태'로 바꾸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정 사장은 "모욕적인 말"이라고 받아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치평론가)는 "올해는 호통 국감인 줄 알았더니 모욕 국감"이라며 "호통을 치는 모습이 이전의 국회를 상징했다면 이젠 여, 야, 피감 기관 모두 서로를 모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보기 드문 국감 양상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모욕적'이란 야당 의원이 피감 기관장 및 증인, 참고인에게 예민한 질문을 하면 여당 의원이 대신 받아주는 양상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네이버(NAVER)가 국회의원을 사주한다는 취지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표현한 예가 있다.


또 19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추미애 사단'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의 질의를 하자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인격적으로 모욕이 되는 말은 자제해달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재차 반박했고, 이후 국감장에 소란이 일었다.


옵티머스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는 지난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2000억원을 모은 뒤 부실 회사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투자자 2900여명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모욕적'이란 표현은 피감 기관의 기관장과 장관의 답변 태도가 불성실해서 의원들이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피감 기관장들이 '모욕적'이라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전문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야당이 그만큼 힘이 없고 국민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도 야당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엔 기관 안에서도 정부,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서 의원이 자기 기관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에잇'하고 넘어갔는데 이젠 정치가 양쪽으로 진영화 돼 있어 받아칠 것은 받아치는 것"이라며 "'상대 당에게 하듯 나를 대하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진영화된 사회의 파편'"이라고 말했다.


정쟁 이슈에선 고성·삿대질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비교적 합리적인 정책 검증을 하는 국감이란 평가를 받았던 산중위, 과방위 국감조차 '월성 1호기'란 정치적 이슈에선 구태 국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일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결정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불합리하게 낮게 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기 폐쇄 판단 타당성 판단은 유보했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2017년 6월19일 '탈핵 국가 선언' 이후 핵심 국정 과제로 진행돼 왔던 에너지 전환 정책 중 핵심 의제다.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발표 직후인 22일 진행된 산중위 국감에선 여당 간사인 송갑석 민주당 의원 의사진행 발언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끼어들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둘러싸고 한수원에 대한 '청와대의 초갑질, 산업통상자원부의 갑질'이 있었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다음 차례인 송 의원은 "그런 식의 질의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언쟁의 1차 원인은 청와대, 산업부의 외압 여부를 지적한 야당의 질의였고, 고성과 삿대질 등은 이후 따라온 결과물이었다. 결국 '정책 검증 국감'이란 명성을 산중위 의원들 스스로 '구태 국감'으로 격하시킨 셈이다.


이런 현상은 23일 과방위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역시 주제는 '월성 1호기'였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산중위 국감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데 대한 정 사장의 의견을 집중 질의했다. 정 사장은 "감사원 보고서 어디에도 조작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이크가 꺼진 뒤 정 사장 답변으로 이어지려는 순간 황보 의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액이) 3000여억원에서 1700여억원, 167억원이 됐고, 그것도 몇 일 만에"라며 "정 사장이 위증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위증에 대해선 나중에 (황보) 의원님도 책임을 지시라"라며 "전 위증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후 의원들의 항의에 정 사장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지만,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유감이 아니고 사과해라"고 하자 정 사장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일어나서 여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머리 한 번 숙이라"고 했도 정 사장은 90도로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정책 아닌 정쟁 국감"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오송역 모습. 공무원들은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국회 보좌진들의 출석 요구에 수시로 응해야 한다. 오송역에선 평일 오전, 오후에도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오송역 모습. 공무원들은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국회 보좌진들의 출석 요구에 수시로 응해야 한다. 오송역에선 평일 오전, 오후에도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국감을 '치열한 정책 검증 무대'가 아닌 '정쟁 이슈 끌어내기 기회'로 인식하는 국회의원 및 보좌진들의 시각, 이를 봐가면서 행동하는 피감 기관장들의 대응이 빚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국감은 레슬링 경기의 파테르처럼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은 엎드려서 정부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대야소 정국이라 야당 입장에선 '한방'을 끌어내는 게 더 절박해졌고 가장 빠른 길은 '의혹 제기'라는 설명이다.


눈치 빠른 일부 피감 기관장들은 초선 의원 분포도, 의원의 당선 이전 경력, 보좌진 중 대정부 질의 등 국감 외 일정에서 수시로 자신들을 호출하는 이에 대한 신상 파악을 소상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감 시즌이 국회 보좌진에겐 '1년 농사'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마치 회계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보고서를 쓰느라 일을 몰아서 해치우는 '연말 시즌'과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시기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행정부, 이 시기에 1년 농사를 다 지어야 하는 보좌진이 충돌하면서 앞으로 정쟁 국감으로 아웅다웅하는 일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특히 야당의 경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캐내서 이슈화하지 못하면 '맹탕 국감'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되기 때문에 여당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공무원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가습기살균제 같은 생활 이슈를 끄집어내지 못하는 국회 보좌진은 뜨기 어려울 것이고, 공무원은 정부 입장을 더 강하게 옹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공공기관 피감장이 '할 말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문재인 정부의 독특한 특징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정부에선 공무원이 (의원이 무슨 질의를 해도) '절대로 조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청와대에 좋은 이미지로 작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공무원의 이 같은 행동은) 권력에 재롱을 피우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감장에서 의원이 질의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이 물어보는 것인데 (피감 기관장이) '모욕적'이란 말을 쓸 수 있나"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얘기했는데 모욕적이라는 말을 하는 건 이 정부에서 나오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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