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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월성1호기 전철 밟을텐가

최종수정 2020.10.21 11:30 기사입력 2020.10.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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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월성1호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2018년 6월21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습 이사회를 통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를 의결한 지 2년4개월 만에 이 의결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의 진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의 감사의견에 의하면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를 만들고자 관련자들이 무리하게 경제성 분석을 왜곡했음이 드러났다.


94기의 원전 중 82기가 20년 운전연장 허가를 받은 미국에서도 운전연장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 심사 중에 이를 포기하는 원전이 있다. 버몬트양키 원전은 20년 연장운전 허가를 받았으나 가스발전과의 경쟁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연장허가를 반납하고 영구정지를 선택했다.

월성1호기와 같은 원자로이고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캐나다의 포인트르프뤠 원전은 2012년 5년 운전허가 연장을 받고 2017년 추가로 5년을 받아 2022년 6월까지 운전할 예정이다. 월성1호기와 같은 시기에 캐나다에 건설된 또 다른 원전인 젠틸리 2호기는 경제성을 이유로 폐로를 결정하고 2012년 운전허가 만료에 따라 영구정지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 원전의 폐로 결정은 발전소가 소재한 퀘벡주에서 원전폐쇄를 공약한 정당의 집권 시기와 맞물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월성1호기나 해외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원전 계속 운전 여부의 주요 판단 근거는 이번 정부가 탈원전의 명분으로 삼았던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에 있다. 안전성은 시설과 인력을 보강하고 원자력안전 전문기관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그 비용이 너무 커 경제성이 없을 경우에 영구정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당초 탈원전 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안전'이었다. 노후 원전의 안전 우려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에 대해 안전을 폐로의 근거로 삼기는 어려워 경제성을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타당성은 감사 범위가 아니라며 한수원 이사회 결정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가 경제성 분석인데, 왜곡된 경제성 분석에 의한 결정이 타당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더구나 조기폐쇄에 관련한 공무원들의 자료 파기가 있었다는 것은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에 정부가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그 부당성까지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으니 그 결과가 정의로울 수 없다. 이번 월성1호기 감사는 단지 원전 하나의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문제가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공정과 투명성의 문제다.

에너지는 중요 국가 인프라일뿐더러 안정적 수급체계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더구나 에너지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전략이 필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에너지의 이런 특성을 간파하고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했다. 에너지분야 장관과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도록 하기까지 했다. 월성1호기의 사례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양한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정한 절차를 중시하는 에너지기본법의 정신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월성1호기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월성1호기의 교훈으로 정부는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과 이득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월성1호기가 조기폐쇄됐다면 신한울 3, 4호기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 비용 역시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중단 결정이 월성1호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에너지전환정책의 투명성을 보이는 첫 번째 대상으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중단이 타당한지 여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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