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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까지야. 이제 지쳤는데"…코로나19 무력감에 무너지는 세계

최종수정 2020.10.18 20:16 기사입력 2020.10.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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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피로 현상
공포 이후 무력감과 조급증 찾아와
유럽, 1차 대확산 뛰어넘는 위기…"붕괴 직전"
방역 모범국도 늑장 대응으로 위기 직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유럽 등 북반부 각국에 겨울이 다가오면서, 비상등이 들어왔다.


프랑스 파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유럽 등 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다시 일상생활을 제한하는 긴급조치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봄과 여름을 거치면서 세계 각국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나섰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각국 정부는 봉쇄 정책을 선택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공포보다는 이제 좌절감이나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인구 6500만명의 프랑스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3만2427명으로 집계됐다. 독일이나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등 역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차 대유행 당시 성공적으로 방역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체코는 "붕괴 직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병원이 가득 차면서,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미국 역시도 중서부 일대의 확진자가 늘면서 16일 신규 확진자가 다시 7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은 올해 봄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시민들의 대응은 반대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봄 희망 또는 연대를 보이며 코로나19 확산을 견뎌냈던 시민들이 이제 지치고 좌절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확산에 대해 시민들이 갈수록 무감각해지거나, 조급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피로'가 갈수록 심해졌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책임자인 한스 클루게 국장은 "시민들은 커다란 희생을 치러왔다"라면서 이 비용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으며, 이는 우리가 어느 지역에 살든 무엇을 하든 우리 모두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올해 봄의 대확산은 '공포'로 특징 지을 수 있다면 올해 가을의 대확산은 체념과 경솔함의 기묘한 혼합이라고 지적했다. 집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지 않으려 했던 시민들이, 이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식당들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국의 심리학자로 미국인들의 스트레스를 연구해왔던 벨리 라이트는 "봄만 해도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공포는 이제 피로함으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모든 것에 지쳤어".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끝나기는 하는 거야" 등의 탄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기간에 주류 판매가 23% 늘었다. 술집을 찾기 어려운 와중에도 술 판매가 늘었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얼마나 큰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유럽 일부 지역의 경우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베른하르트 노흐트 열대의학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요나스 슈미트 카낫은 "정부가 이제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 실제 유럽 곳곳은 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속속 전환하고 있다.


의료 관계자들은 현재의 확산 국면 이면에는 확산세가 주춤한 사이에 제대로 방역에 나서지 않은 정부와 시민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올해 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뒤 유럽 각국은 대규모 해외여행을 방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약화되가는 것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은 올봄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확산세를 진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 큰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봉쇄 카드는 꺼내 들지 않은 채 통금 조치나 식당 등의 영업 제한 조치에만 의지하고 있다. 봉쇄에 나설 경우 전후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경제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봉쇄를 펴더라도 시민들이 제대로 따를지 의문이다. 이미 전세계에서 제일 먼저 전국 단위 2차 봉쇄를 결정했던 이스라엘의 경우, 반발 시위가 이어졌다.


방역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나라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체코는 올 초 코로나19 확산 당시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확산세를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확산 국면에서는 확산 방지 조치 도입이 늦었는데, 그 결과는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나타났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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