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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요? 좋을리가 있나요" '감정노동' 시달리는 직장인들

최종수정 2020.10.18 07:00 기사입력 2020.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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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6.5% "직장생활서 감정노동 하고 있는 편"
10명 중 9명 "직장생활하면서 감정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해"
전문가 "감정노동 상황 노출될 시 신체 심각한 문제 발생할 수 있어"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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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회사에서 상사 눈치 보는 게 일상이에요."


3년 차 직장인 김모(29) 씨는 회사에 다니며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사실 직장인 대부분은 감정노동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하면 상사의 기분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업무의 시작일 정도"라면서 "그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억지로 농담을 건네거나 커피를 사다주는 등 갖은 아부를 다 떨어야 한다. 또 부당한 업무 지시에도 웃으며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팀 분위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벌써 3년간 이 생활을 하니 무뎌진 것도 있지만, 내 감정을 숨기며 매일 스트레스 받으니 정말 죽을 맛이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감정노동에 시달린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감정노동은 주로 고객 등을 상대하는 서비스·판매직에서 겪는 일로 알려졌지만, 일반 회사원들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상사나 동료의 비위를 맞추거나 부당 지시에도 참아야 하는 등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 심리적 고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은 많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하는 일이다. 이는 조직 내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행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에 출생해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기술에 능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세대를 뜻한다. 이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이들은 기존의 경직된 회사 운영방식에 부정적이며 회사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의 '감정노동'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5%가 '직장생활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74.8% △30대 80.8% △40대 79.2% △50대 71.2%로 조사됐다. 20~30대 젊은 층에서 감정노동에 더욱 취약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38.7%, 중복응답)이었으며, '짜증'(36.4%)과 '지겨움'(36.3%)도 일상적으로 많이 겪는 감정들이었다.


또한, 감정노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으로는 △일/업무의 비중(40.4%)이 가장 컸고, 이어 사람(33.6%)과 조직생활(23.8%)의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감정노동을 겪게 만드는 사람으로는 직속상관(52.6%,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일반 고객(34.7%)과 팀/부서 내 선배(33.7%)가 뒤를 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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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0~30대 직장인들은 평소 이런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공과 사가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로는 △자칫 큰 문젯거리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30.5%, 중복응답)이라고 말하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았으며, △업무에 해를 끼치게 될 것 같고(30.3%)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으며(25.5%) △불이익을 당할 것이 염려돼(25%) 감정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피로감과 불안감을 넘어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 연구팀은 높은 감정노동을 경험한 근로자일수록 우울증 발병률은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


연구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경험한 근로자의 경우 18.5%가 우울증을 경험했지만,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 10.4%로 발병률은 낮아졌다. 근로자의 감정노동이 우울증 발병에 크게 관여하는 셈이다.


전문가는 감정노동 상황에 노출될 시 신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서영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원장은 지난 2018년 '컨택센터 감정노동 측정 및 심리적 후유증'에 대한 발표에서 감정노동에 대해 "어떤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는 외적 규범과 자유롭고, 손상되지 않은 내적 자아의 대립"이라며 "감정노동자에게 감정노동을 느끼게 하는 대상자는 고객보다 주로 상사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노동 상황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신체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쳐 불안, 우울 증상, 수치심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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