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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보다 못한데 무슨 사장이냐"…'복불복' 지원금에 두 번 울었다

최종수정 2020.09.29 17:11 기사입력 2020.09.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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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라고 부르지 마세요…폐업 고민 중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가구단지에서 한 상인이 짐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가구단지에서 한 상인이 짐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장이라고 부르지도 마라. 월급쟁이보다 못한데 무슨 사장이냐"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그 어느때보다 우울하다. 3년전 2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용산구 해방촌(용산2가동)에 조그만 카페를 연 이재승(가명ㆍ48)씨는 '사장님'이라고 불렀더니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되받는다. 이씨는 "개업 첫 해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코로나로 갈수록 어려워지더니 올해는 아예 임대료도 못낼 지경"이라며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희망 자금 지원 있지만 형평성 논란, 자산 상관 없이 매출액 줄면 지급 받아

이씨처럼 올해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달리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정부가 긴급 자금을 풀기도 하고, 법 개정을 통해 임대료도 깎아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장 새희망자금 지원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순(가명ㆍ55)씨는 "5층짜리 건물을 가진 사람도 지원금을 받는데 진짜 힘든 우리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은 지원받지 못하고, 지원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에게 지원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희망자금 지원 자격은 '자산' 유무가 관련이 없고, 매출액 감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논란이다. 확인 결과, 5층 건물주는 자산이 있지만 운영하는 점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어 지원금을 받고, 김씨는 올해 개업해 매출감소를 증빙하기 쉽지 않아 추석이 지난 뒤 검증 후 지원금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원금을 못받는 것이 아니라 늦게 받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재취업 준비자 재도전 장려금 받았는데 폐업신고 서두르다가 반쪽짜리 혜택만

지난 7월 밀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옷가게를 폐업한 정순영(42)씨는 "한 달만 더 버텼으면 재도전 장려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폐업신고를 서두르는 바람에 온전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서 "정부의 지원정책은 '복불복(福不福)'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부는 8월16일부터 9월16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소상공인에 대해 재도전 장려금을 추석 전에 지급한다.


반면, 지난달 식당을 폐업하고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최윤규(가명ㆍ45)씨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재기교육'의 컨설팅을 받아 정부 지원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지난달 식당을 폐업하면서 재도전 장려금 50만원과 시설철거비 200만원을 함께 지원받았다.

9월부터 '취업성공패키지'교육을 받으면서 고용노동부에서 교통비로 20만원을 받았다. 교육을 수료한 뒤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재취업 준비자금 40만원을 지원받아 재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최씨는 "취업에 성공해 3개월을 다니면 추가로 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 "재취업이 쉽지는 않지만 정부 지원금이 그나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24일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다가 면박을 당한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소상공인이 서울 신한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문호남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소상공인이 서울 신한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문호남 기자]


임대료 감액 청구권도 현장선 안 통해

경남 통영시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영관(가명ㆍ53)씨는 "너무 영업이 안돼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더니 월세 받아서 생활비로 쓰는데 깎아주면 자신은 어떻게 사느냐고 하더라"면서 "자신이 더 힘들다고 나오니 더 말을 못하겠더라. 주변에 나같은 사람이 많다"고 털어놨다.


건물주가 임대료 인하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법원의 분쟁조정위원회로 가서 해결을 봐야 하지, 분쟁위의 조정 결과도 강제성이 없다. 박씨처럼 건물주가 '나도 어렵다'고 하소연하거나 아예 외면하면 소송 외 방법이 없는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새희망자금 지원제도는 물론 감액청구권 관련해서도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소상공인들은 퇴직금 등으로 겨우 가게 하나 마련해 버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최근 서울시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서울소재 소상공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위기대응 소기업ㆍ소상공인 경영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상반기에 매출이 줄었고, 하반기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 감소 응답은 89.2%에 달했고,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하반기 매출 전망은 '감소'가 87.4%로 나타났다. '증가' 전망은 1.1%에 불과했다.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소상공인들의 피해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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