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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서 토마토가 사라졌다…지구온난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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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장마·태풍 등 이상기후로 채소 수급 차질
지구 기온 1℃ 오르면 곡물 수확량 최대 7% 이상 줄어
전문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위기 실제"
"공공비축제 등 관련 제도 도입해야"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 이날 버거킹은 토마토 수급난으로 인해 일부 메뉴에서 토마토를 제외하겠다고 전했다. / 사진=버거킹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 이날 버거킹은 토마토 수급난으로 인해 일부 메뉴에서 토마토를 제외하겠다고 전했다. / 사진=버거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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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이상 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토마토 제공이 어려울 시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소스 및 야채류를 더 추가해서 제공해 드릴 예정입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버거킹'이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지문이다. 올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과 장마 때문에 토마토 수급에 차질을 빚자,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궁여지책으로 '토마토 없는 햄버거'를 내놓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채소 등의 수급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가 계속 심해지면 국내 '밥상물가'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버거킹, 롯데리아 등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공식 홈페이지에 '기존 메뉴에서 토마토가 제외될 수 있다'는 취지의 공지문을 올렸다. 버거킹은 토마토를 제외하는 대신 다른 소스 및 야채류를 추가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롯데리아는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토마토가 제외된 메뉴는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겠다"고 전했다.


이같은 공지를 본 누리꾼들은 "토마토 없는 햄버거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퍽퍽하고 고기 비린내가 나서 어떻게 먹나"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 프랜차이즈가 토마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올여름 이상기후 때문이다. 이번 여름은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일조량이 평년에 크게 못 미쳤고, 이에 따라 작황이 나빠지면서 토마토 수확량도 줄었다.

실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6~8월)은 평년과 다른 기온을 보였다. 7월 평균기온은 22.7도로, 역대 처음으로 6월 평균기온(22.8도)보다 낮은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일부 지역에서 장마가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하면서 벌어졌다.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 기간은 54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강수량(851.7㎜) 또한 역대 1위였다. 전국 강수량도 지난 1973년 이후 역대 2위인 686.9㎜를 기록했다.


장마가 계속된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계속된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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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도 컸다. 지난달 26일부터 27일에는 태풍 '바비'가 서해에 영향을 미쳤으며, 5~8일에는 '하이선'이, 2~3일에는 '마이삭'이 각각 한반도를 통과했다.


이렇다 보니 햇빛을 받고 영글어야 하는 일부 작물들의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토마토 상품 평균 도매가는 10㎏당 6만2660원으로, 지난해 2만8320원보다 2배 이상 폭등했다.


문제는 이같은 이상기후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가 더욱 심화하면, 단순히 일부 과채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식량 안보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여름 유독 장마가 길어진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이 이상 고온을 보이면서 기압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당초 러시아로 올라가야 했던 찬 공기가 오히려 한반도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러시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사하공화국 베르호얀스크 기온은 지난 6월20일 38도까지 치솟았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상추·열무 등 우리 여름 식탁을 채우는 주요 채소들의 가격은 평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폭등했다. / 사진=연합뉴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상추·열무 등 우리 여름 식탁을 채우는 주요 채소들의 가격은 평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폭등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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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면, 기존 농토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인류가 주식으로 삼는 밀·쌀 등 곡류는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앞서 지난 2018년 국제연합(UN)에서 발간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옥수수·쌀·밀의 생산량은 약 3~7%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는 해충의 식욕을 자극해 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해충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올라가면서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요구량이 늘어난다. 즉 해충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더 많은 먹이를 먹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 보팔 시의 상공을 메뚜기떼가 뒤덮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 보팔 시의 상공을 메뚜기떼가 뒤덮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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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아프리카 동부에서 창궐한 이집트 사막 메뚜기 떼가 지난 2월 인도·중국 등 아시아까지 넘어와 555만 헥타르(ha)가 넘는 농경지를 훼손한 것도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기상이변 등 곡물 공급 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속 박성진 박사는 지난 14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식량안보세미나'에서 "역사적으로 기상이변은 곡물 생산 차질, 곡물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며 "식량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최소필요량의 곡물을 비축하는 등 관련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도 비상시를 대비해 공공비축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식용 밀과 쌀, 사료용 곡물 등을 비축한다"며 "주요 곡물 수출국과의 협약 체결 등을 통해 비상시 필요 물량을 반입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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