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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네네족 - 희망을 잃어버린 2030

최종수정 2020.09.24 15:01 기사입력 2020.09.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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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스페인의 사제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는 동시대 대학생들의 행태를 자신의 책을 통해 맹렬히 비난했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 출석은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랑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언뜻 보면 요즘의 젊은이를 향한 비난 같지만 알바루스는 14세기 스페인 프란체스코회 사제였고, 해당 내용은 세계 최초로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학생들을 향한 개탄이었다. 젊은이를 향한 기성세대의 한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반복돼왔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한비자는 “지금 덜 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 ‘동네 사람들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지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강이에 난 한 가닥 털조차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라며 당대 젊은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네네족은 이탈리아어로 A도 B도 아니다는 뜻의 ‘ne ne’에서 비롯된 단어로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15~35세의 젊은 세대를 비꼬아 지칭하는 말이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인해 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지 절망하거나 포기한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탈리아는 곧 청년실업이란 사회적 문제를 마주해야했다. 쏟아지는 대졸자들의 숫자에 반해 취업 시장에는 월 1000유로 이하의 인턴 혹은 비정규직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구직난과 박봉을 견디지 못한 청년들은 부모를 피신처 삼아 사회편입과 홀로서기를 스스로 포기해나갔다. A도 B도 아닌 그들의 삶은 선택에 의한 것이었을까, 사회와 환경에 떠밀려 정해진 것이었을까. 미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 믿는다”고 지적했지만, 젊은이의 오만보다 더 빠른 사회변화 앞에 서로를 비난하는 세대갈등은 역사적으로 그래왔듯 앞으로도 쭉 반복될 전망이다.

용례
A: 뭘 그렇게 열심히 찾고 있어?
B: 이번에 동생이 준비하던 회사가 공채를 안 뽑는대. 취준 군자금 마련하려면 알바해야겠다길래 알아봐 주고 있지.
A: 코로나19 때문에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더니, 우리 집 뺀질이도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게임만 해.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냐.
B: 이도 저도 아닌 청년세대를 네네족이라 한다는데, 그게 어디 걔들 잘못이겠어. 갈수록 흉흉해지는 시절이 문제지.
A: 그러고 보면 먼저 태어난 게 다행인 건가. 나이 들수록 좋았던 옛날 편향이 심해지는 것 같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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