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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화장실·에어컨 챙기고 자녀 학자금 지원하는 용역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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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서울시 공동기획 [워라밸2.0 시대로]
워라밸 강소기업 - 인력 아웃소싱 업체 '오케이시스템'

무형의 노무 제공 용역회사
근로자가 만족해야 좋은 서비스

회사 신뢰도·직무능력 향상 위해
올해 처음 컨설팅 받아

지난해 5월24일 오케이시스템 직원 20여명은 강촌에서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개선 방안을 토의하고, 몸으로 하는 게임 등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제공=오케이시스템)

지난해 5월24일 오케이시스템 직원 20여명은 강촌에서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개선 방안을 토의하고, 몸으로 하는 게임 등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제공=오케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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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입주민들의 갑질과 폭행에 시달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故) 최희석씨가 세상을 등졌다. 최씨는 보름간 수차례 폭언에도 시달렸다. 가해자 입주민과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언제 어디서 피해를 당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근무를 이어갔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임계장)' '고르기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다자)'라는 신조어가 그들의 슬픈 처지를 대변한다. 갑의 회사에서 그들은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그들을 파견한 용역업체에선 엄연한 정규직이다. 경비·청소 등 용역업무를 담당하는 '을'을 위해 취업 규칙을 정비하고 퇴직금까지 관리해주는 용역업체가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오케이시스템이다.


2001년 문을 연 오케이시스템은 경비 용역·시설 관리 등 인력 아웃소싱을 주로 하는 업체다. 올해 처음 서울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현 제도를 정비하고 앞으로 어떤 워라밸 제도가 필요한지 구상 중이다. 이 회사는 이직률 저하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근로자의 회사 신뢰도와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 컨설팅을 신청했다.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기반의 업종이 아니라 무형의 노무를 제공하는 용역회사인 만큼 일하는 근로자가 만족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오고, 계약을 맺은 회사들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용역회사이지만 부당한 처우를 제시하는 회사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예를 들어 고령의 근로자를 보내달라고 하면서 저임금을 제시하는 경우다. 노재은 이사는 "그런 회사와는 오래가기 힘들고 근무자들을 통제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일을 받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이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이상 쉴 땐 회사가 대직자 파견
직원들끼리 교대 근무도 일상화

건강관리 위해 청력·치매 테스트
분기별 10만원 자녀 교육비도

이 회사는 퇴직연금이 의무화되기 전부터 관련 제도를 만들었다. 고령 노동자가 많은 특성에 따라 퇴직연금을 개별로 지원하고 있다. 직원은 총 227명으로 50~70대가 80%이며 30~40대가 20%다. 회사에서 1년을 근무하면 각자 개인 계좌로 된 연금 통장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현장에서 근무자가 1일 이상 쉬어야 하는 경우엔 본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대직자를 파견한다. 발주처와 계약을 할 때에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하루에 2시간 정도 반반차 격으로 쉬어야 하는 경우 근무자 서로 간 합의로 결정한다. 충남 천안시에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 업무를 맡고 있는 고영희(55)씨는 "직원들의 거주지에 맡게 근무지가 정해져 편리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끔 일하는 도중에 시간을 내야 할 때가 있는데 직원들끼리 교대 근무 대체가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4년째 회사에 근무 중인 고씨는 3년 근속 표창장과 순금 명함 1돈을 받았다. 중고생 자녀 교육비 지원으로 분기별 10만원씩 지급도 받는다. 이 밖에도 회사는 근무자의 건강 지원을 위해 청력(이명·난청)·치매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치과 무료 스케일링, 한방병원 피부 관리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3년, 5년, 10년 차 장기 근속자는 표창장과 함께 순금 명함 1돈, 2돈, 3돈을 각각 지급 받는다. (제공=오케이시스템)

3년, 5년, 10년 차 장기 근속자는 표창장과 함께 순금 명함 1돈, 2돈, 3돈을 각각 지급 받는다. (제공=오케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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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시스템 본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 중 하나는 현장교육이다. 경비원들의 안전교육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경비업법 등을 본사 직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설명한다. 얼굴을 맞대고 하다 보니 현장의 고민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해도 빨리 해결이 된다고 했다. 문신호 부장은 "에어컨 설치 여부부터 화장실 접근성까지 철저하게 살펴본다"며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택배 관리를 비롯해 신체적 접촉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는 점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도들이 만들어진 데에는 임치성 대표이사의 의지가 컸다. 퇴직연금이 대표적이다. 임 대표는 "회사가 퇴직금을 따로 쌓아두고 용역 외 다른 사업을 벌이다 곤란을 겪은 회사를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2002년 이직한 후 내부 승진을 거쳐 2009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왼쪽 눈 실명으로 시각장애 6급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수많은 차별과 불편을 받으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88학번)는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회 고민을 많이 해야 했던 사람들"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그런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우리 회사는 사람이 자산인데 근무자 분들이 직장에서 만족을 느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서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면 대형 회사들과의 입찰 경쟁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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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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