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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갇힌 K보험-상]시장규모 세계 7위 무색한 '후진'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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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활용 '장벽'
보험사기 처벌 '미약'
청구간소화 '반대'

[규제에 갇힌 K보험-상]시장규모 세계 7위 무색한 '후진'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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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설계사 전해성(55ㆍ가명)씨는 최근 욕실에서 넘어져 다친 고객 박수일(48ㆍ가명)씨에게 치료를 위해 병원 한 곳을 소개했다. 박 씨 집에서 두 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위치한 병원을 권유한 이유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후유장해 진단'을 받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이 병원의 진단서로 전 씨에게 가입한 보험 9건에서 후유장해 보험금을 총 11억원이나 받아냈다.


전씨의 보험계약자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16개 보험사에 9억4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환자가 원하는 대로 허위 장해진단을 발급해줬다. 전씨가 법률사무소 브로커 등과 공모해 병원과 보험계약자를 가담시켜 허위 진단으로 보험금을 타낸 사기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국내 보험산업이 멍들고 있다. 세계 보험시장 7위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각종 족쇄로 한국 보험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하는 실정이다.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보험사기도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를 육성해 세계 보험업을 선도해야 할 시간에 후진적인 제도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보험이 'K-보험'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재보험사인 스위스리가 최근 분석한 '2019년 세계보험시장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입보험료는 1745억달러로 한화 200조원을 넘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이어 보험 시장 규모 7위 자리를 2017년부터 3년째 유지하고 있다.

청량한 가을 하늘을 보인 27일 서울 하늘이 쾌청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청량한 가을 하늘을 보인 27일 서울 하늘이 쾌청하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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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낡은 규제와 제도로 성장 위축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과 달리 한국 보험산업의 미래는 어둡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보험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보험사는 가명처리된 보건ㆍ의료 데이터조차 활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과학적 목적의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전산업에 걸쳐 데이터활용이 가능해졌지만 보험업계에만 정보 공유를 막아놨다.


업계는 상품 개발을 위해 우리 국민 건강과 괴리가 있는 호주, 일본 등 해외 데이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보험사기는 점차 지능화, 조직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시행 5년을 맞은 보험사기특별법 개정 작업은 공회전 중이다. 보험 관련 업계 종사자가 보험 사기에 연루되면 가중처벌하고 보험사가 사기적발 전담조직 운영해 조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지만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 작업도 의료계 반발로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구조가 자동차보험과 달리 전산화되지 않아 소비자뿐만 아니라 요양기관, 보험회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눈치를 보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신중론만 내세우고 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청구가 귀찮아서 설계사 대리 청구하는 비율이 현재 60%에 달하는데 이미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유출되고 있는 것"면서 "전산을 통해 청구 간소화를 하게 되면 개인정보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산업은 자체의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로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낡은 규제와 제도로 성장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세계 7위의 위상에 맞게 경쟁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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