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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갇힌 K보험-상]의료 정보 공유 막힌 보험사…"데이터 경제 시대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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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 불가능한 가명 데이터
개인 동의없이 활용가능한데
의료·연구·공공기관만 허용
인슈어테크 혁신 뒤떨어져

[규제에 갇힌 K보험-상]의료 정보 공유 막힌 보험사…"데이터 경제 시대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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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인공지능(AI)이 보험금 심사 과정에 참여해서 잘못되거나 과다한 보험금 지급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A사는 최근 AI 심사에 필요한 의료 빅데이터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를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사용 목적이 보험과 연관돼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


데이터 없이는 AI의 심사 결과가 적합한 지 알 수 없는 탓에 시스템 개발은 난관에 봉착했다. A사 관계자는 "공개가 안되는 의료 정보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 왜 보험에 쓰인다고 거절하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정부가 데이터를 금융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었지만 아직까지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데이터 경제'가 닻을 올렸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일컬어지는 데이터를 연구 목적이 아닌 산업ㆍ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아직도 찬밥 신세인 곳이 있다. 바로 보험 분야다.


정부는 8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된 정보는 당사자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 보건ㆍ의료 데이터는 아직도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 보건ㆍ의료 데이터는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개인 진료 기록을 타인이 볼 수 있다'는 후진적인 오해로 인해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

보험업계는 가명 처리된 보건ㆍ의료 데이터가 개방되면 보다 합리적으로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보장을 때맞춰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건ㆍ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금융 분야 제외

◆보험, 멀고 먼 데이터경제=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현재 '보건ㆍ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한 작업에서 금융 분야는 사실상 제외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보건ㆍ의료 가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을 의료기관과 연구자, 의료관련 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한정할 계획이다. 의료기기나 약물 개발과 같은 산업적 목적은 가능한 반면 금융사나 헬스케어 기업이 보건ㆍ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게 된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보건ㆍ의료 가명 데이터를 모든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건의해왔다.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 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민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들 단체는 "의료정보 비식별화 자체가 위법 행위라며 보험사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민ㆍ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국회 역시 보험사의 보건ㆍ의료 데이터 이용에 민감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심평원은 2013년 의료데이터 개방을 시작, 2014년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사들은 비식별환자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위험보장을 개발하는 등 의료수요 분석과 보험상품 개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의 데이터가 보험사에 제공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받은 후 데이터 제공은 아직까지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은 보건ㆍ의료 데이터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며 데이터 제공을 거절하고 있다. 업계는 반발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거절에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사 자체적으로 수집ㆍ조사한 의료데이터만 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금융위는 최근 '가명 처리 된 질병 정보 등은 고객 본인의 동의없이 활용이 가능한 지'에 대한 보험업계의 질의에 대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계작성ㆍ연구ㆍ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일 경우 가명 처리된 질병정보 등의 상업적 활용은 가능하다"면서도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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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관련 위험률 개발 위해 해외 논문 활용 불가피

◆소비자 편익 위해 데이터 활용하게 해야=보험업계에서는 보건ㆍ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소비자 편익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했다. 우리 국민의 건강상태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보험료나 보장에 실제 국민 위험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실제 당뇨 유병자 뇌졸중이나 말기신부전, 실명, 족부절단 등 당뇨 관련 위험률을 개발하던 B보험사는 국내 공공기관을 통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해외 논문 데이터를 활용했을 정도다.


특정 질병에 대한 보험 보장도 넓힐 수 있다. 일례로 고혈압 유병자의 심ㆍ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산출할 수 있게 되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병자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연령이나 성별, 생활습관에 따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는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기초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가 성장하면서 스타트업 육성과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 데이터에 맞춰 요율체계를 개선하면 보험료 할인처럼 국민에게 경제적 편익은 물론 상품 다양화를 통한 선택권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기가 어렵다면 제공이 가능한 범위를 논의할 수 있는 협의 창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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