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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로나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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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신생아에서 3개월까지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울음과 '꺅~꺅~'하는 즐거움을 나타내는 소리가 고작이다. 3개월 이후부터는 들리는 소리를 모방하며 옹알이를 시작한다. 본격적 의사소통은 6개월 이후다. 친숙한 단어를 알아듣기 시작하는 인지의 단계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다양한 소리와 몸짓을 사용해 적극적 의사소통에 나선다. 10개월이 지나면 드디어 말문이 터진다. '엄마' '아빠' 등 의미 있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돌이 지나 두 살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다양한 사물에 대한 단어를 익히며 문장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 말을 배우는 단계에 접어든다.

얼마 전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후배와 간만에 점심을 함께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얘기로 흘러갔다. 이제 막 돌을 지난 아이 얘기를 한창 하던 후배는 아이가 엄마, 아빠 이후로 배운 첫 단어가 '마스크'라고 운을 뗐다. 아이가 외출을 하고 싶을 때면 "마스크"라고 말하며 마스크를 쓴다는 얘기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의 눈에 세상은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스크 없이 외출은 생각해보지 못한 신세대가 등장했다는 생각에 오싹했다.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을 곳을 찾아다닌다는 후배의 얘기에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는 세대에게 바깥 세상은 불편하고 갑갑한 곳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갓 학교를 들어간 아이들에게도 코로나19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입학식, 졸업식이 없다는 점은 아주 소소한 문제다. 문제는 친구가 없다는 점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학기 초만 해도 저녁마다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답하느라 바빴는데 요새 한가하다. 학교는 안 가고 부모들은 뒤처질까 열심히 학원과 과외에 집중하다 보니 여전히 아이들은 바쁘다. 결국 학기 초 친해진 친구들과도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학창시절 대부분을 차지하는 친구들과의 추억은 더 이상 없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수업 뒤 이어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교육의 가치조차 퇴색시켜버렸다. 코로나19 시대의 학교는 추억은 없고 단순한 점수 경쟁만 남았다.


문득 내 카톡 대화방을 살펴봤다. 올해 초 친구, 지인들과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만 잘 이겨내자는 대화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제법 많아 힘들었던 모임은 상당수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고 간단히 안부만 묻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 모두 코로나19로 저마다의 상실을 겪는 상실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선택의 문제이던 혼밥은 이제는 일상화됐다. 식당에 가면 4인 테이블을 2인씩 쓰고 한쪽에는 아크릴 칸막이로 막아 홀로 밥을 먹도록 배려했다. 함께 가서 따로 먹는 것이 일상이다. 외식 대신 집에서 간편식과 밀키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낯설지 않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간편식시장 규모가 약 4조원, 밀키트는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식 업계는 생존을 걱정하는데, 식품 업체는 배송이 걱정거리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향후 수년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는 기우에 불과하지만 마스크 없는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베이비와 친구 없이 경쟁만 되풀이된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가 세상의 주역이 될 경우 우리 사회가 또 한번 급변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수많은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세상을 단지 비대면(언택트)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시야가 좁다. 코로나 세대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앞으로 미칠 영향,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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