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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코너로 내모는 공정경제 3법 "경영권 위협 불보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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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 입법 추진
투기자본 등 적대세력에 여지, 경영권 직접적 위협 우려

기업 코너로 내모는 공정경제 3법 "경영권 위협 불보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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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임혜선 기자] 10대그룹 대관 담당 임원 A씨는 최근 국회와 경제단체를 자주 찾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코앞까지 닥치자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안의 문제점과 기업의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 수장들이 국회를 찾아 경제계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 역시 직접 절박함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최근 몇 주 동안 공정경제 3법과 관련된 임직원이 계속 국회를 방문해 의원과 보좌진을 만나 법안이 통과될 시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가 받을 피해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며 "당장 오늘도 방문 일정이 있고 이번 주 내내 사무실과 국회를 왔다갔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논의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경영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경제 3법 중에서 10대 그룹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제도를 가장 우려하는 법안으로 꼽은 것은 경영권이 직접 침해받을 수 있어서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핵심 인력으로 감사는 물론 기업 경영에까지 관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대주주가 임명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고 있는데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앞으로는 감사위원을 대주주 측이 임명한 이사 중에서가 아니라 따로 주주총회에서 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주주의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할 수 없다.

일반주주도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특수관계인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소수주주가 연합한다면 대주주에 비해 의결권의 힘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는 투기자본과 같은 적대적 외부세력이 기업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실제로 과거에도 우리 기업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왔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과 현대차에 가한 경영권 위협이 대표적이다.


2004년을 전후로 SK와 경영권 대결을 벌인 소버린 자산운용도 보유한 SK 주식 14.99%를 펀드 5개로 쪼개 2.99%씩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소버린은 높은 의결권을 바탕으로 SK 경영진 퇴진과 부실계열사(SK글로벌)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했다.


◆정부 지시로 지주사 전환했는데…지주사 규제 강화 나선 정부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에서는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와 전속고발제 개편 등을 크게 부담스러워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이 현행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ㆍ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됐는데, 이 경우 규제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을 사례로 들면 지난 6월 말 기준 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29.9%다.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려면 총수들은 지분 9.9% 분량을 매각해야 한다. LG와 GS 등 주요 지주사들 역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더 받게 된다.


A그룹 관계자는 "전속 고발권 폐지나 다중대표 소송제,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은 하나하나가 정상적 경영 활동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조항"이라며 "1년 내내 경쟁력과는 무관한 경영 외적 분쟁에만 시달리다 정작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장에는 나서지도 못하고 출발선에서 머물다 경기가 끝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우려는 비슷하다. 유통사업이 하나의 중심 축인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는 점이 우려스럽다. 시민단체나 경쟁사 등의 무분별한 고발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격 입찰담합 등에 대해 아무나 고발이 가능하다.


CJ그룹 역시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상법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달갑지 않다. 식자재부터 간편식 등 최종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과정을 계열사별 수직계열화해 놓은 상황에서 규제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된 기준에서도 문제되는 계열사는 현재 없지만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특별히 한가지 측면만 우려스러운게 아니라 모든게 다 대기업들에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법안"이라며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해 활로를 모색해 나가야 하는데 이런 규제가 계속 생기면 공격적이기보다는 수세적으로 기업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이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를 시가로 계산하고 이 금액이 '총자산의 3% 이내'여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전체 자산 중 총자산 317조8256억원의 3%인 9조5300억원어치를 뺀 20조5900억원(지분율 5.8%)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매도 물량을 살 수 있는 후보군으로 삼성물산을 꼽지만,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될 수 있어 삼성그룹으로선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이 비상식적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은 경영권 제한 규정만 존재하며 경영권 방어법제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만약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법제 도입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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