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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37번 외친 文…"청년 공감은 없었다" 등돌리는 2030

최종수정 2020.09.21 09:52 기사입력 2020.09.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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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청년의날 기념식서 '공정' 37번 언급
방탄소년단(BTS) 청년대표로 참석…20·30 "청년 분노에 대한 이해 부재"
野 "공정 언급 자격 없어"…정치권 비판도 '봇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위해 대기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위해 대기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모(27) 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 등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의날 행사에서 '공정'을 강조하며 청년층 다독이기에 나섰으나, 정작 청년들의 분노에는 공감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에서도 이같은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며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성세대가 불공정에 익숙해져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을 찾아 나선 것은 언제나 청년들이었다.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행착오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공정의 길로 가야 한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불공정이 나타날 때마다 하나씩 또박또박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이 가진 혁신의 DNA는 '공정사회'라는 믿음이 있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기회와 공정의 토대 위에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의 마음을 담아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공정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정'을 총 37번 언급했다. 청년대표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참석했다. 서 씨의 군 휴가 의혹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청년들의 분노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20·30대 사이에서는 "청년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서 씨의 군 휴가 의혹 등으로 청년층 분노가 확산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이돌을 청년대표로 내세운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공정'을 말하면서도 정작 '불공정 이슈'로 분노하고 있는 수험생·대학생·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 모(29) 씨는 "방탄소년단을 데려다 놓고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방탄소년단도 성공하고 노력한 청년들인 것은 맞지만 '잇단 불공정 논란에 대한 분노를 이해하고 있다'는 기념사의 요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지금 분노하고 높이는 건 연예인이 아닌 일반 서민들이다. 대학을 다니다 군대에 가고, 스펙 하나하나에 집착하면서 취업 준비하는 그런 시민들"이라면서 "청년들이 왜 분노하는지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 모(23) 씨는 "지금이야 병역 문제가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서도 2차가해 문제 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청년대표도 성공한 남자 아이돌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이전까지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건 2·30대 여성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고위공직자의 성비위 문제가 지지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나왔었는데, 여성 청년들을 위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매번 실망이 크다. 입으로만 공정과 이해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은혜 대변인은 20일 서면 논평을 내고 "선택적 정의와 수사가 남발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이란 거짓과 위선이 쓴 탈"이라며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공정에 대한 정권의 총력 옹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37번이 아닌 1000번 공정을 외친들 청년들에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행하지 않는 공정은 가짜다. 추미애, 윤미향, 이상직의 부조리와 비상식에 허탈해하는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조치로 공정을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7번이나 언급된 '공정'이라는 단어에서 과연 진정 어린 공정을 느낀 청년이 몇 명이나 되었을까"라며 "공정한 척하는 정권과 공정을 위해 싸우는 청년들 간 괴리를 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조국, 추미애 사태 이후 공정을 말하다니, 어디 딴 세상에 사시는 듯"이라며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은 '아빠 찬스가 있으면 공평하게 엄마 찬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로만 하는 공정이 아니라 실제 구체화된 공정을 말했다"며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야당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일 이어지는 '불공정 이슈'는 국정 지지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YTN 의뢰로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전국 유권자 2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45.6%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1.9%포인트 오른 50.0%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20대(36.6%), 직업별로는 주부(39.5%), 학생(34.0%) 등에서 긍정평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추 장관 아들 의혹이 불거지면서 병역 이슈에 민감한 계층의 지지도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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