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美와 무역협상도 글쎄…" 英-EU 무역싸움에 미국이 등판한 이유?

최종수정 2020.09.20 10:00 기사입력 2020.09.20 10:00

댓글쓰기

영국 내부시장법안 발표에 미국 "굿프라이데이협정 위반" 우려 잇따라
美 펠로시 하원의장-바이든 대선 후보-멀베이니 특사까지 경고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올해 말 전환기간 종료를 앞두고 유럽연합(EU)과 무역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내부시장법안이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갑자기 미국이 이를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문제의 시작은 지난 9일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위해 맺은 탈퇴협정을 일부 무력화하는 내부시장법안을 공개하면서부터 발생했다.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법안 발표 직후 영국을 향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아일랜드 특사인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우려를 나타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 법안에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문제가 된 부분은 영국 영토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 관련 내용으로 EU의 규제가 적용돼야 할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의 나머지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품에 통관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국가 보조금과 관련해서도 EU 측에 미리 고지하는 등 탈퇴협정에 기재된 의무를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미국은 이 법안이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유혈사태를 종식한 '굿프라이데이협정(벨파스트협정)'을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굿프라이데이협정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자치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고 양측의 국경을 허물어 자유로운 물류와 인력 이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이 사이에 통관을 강화하는 등 '하드 보더(Hard border)'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 탈퇴협정 협상 당시 가장 큰 이슈였다. EU와 영국은 장기간 브렉시트 협상 끝에 결국 일정기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자유왕래를 보장하도록 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내부시장법안 발표로 이러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발생했고 미국 측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이 협정을 준수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미국이 양측을 중재하는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영국에 특사를 파견,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바이든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가져온 굿프라이데이협정이 브렉시트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영국의 그 어떤 무역협정도 이 협정을 기반으로 해야하며 다시 하드보더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정부의 멀베이니 특사도 영국 유력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드보더가 생기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그 누구도 하드보더를 원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미 국무부, 미 의회는 굿프라이데이협정이 준수되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과 바이든 후보에 이어 트럼프 정부에서도 영국 측에 국제법 준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미 국회의원들이 굿프라이데이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과 영국간 무역협상은 막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중인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기자회견 중인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같은 미국 측의 반발은 미국과 영국의 4차 무역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워싱턴DC를 방문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내부시장법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양국간 무역협상이 만들어지면 의회를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만큼 상황을 조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라브 장관은 최근 CNN방송에 굿프라이데이협정이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하드보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측의 우려는 지속되고 있어 향후 양국간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된다.


한편, 영국 정계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트위터 등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나타낸 것에 대해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이언 덩컨 스미스 전 내무부 장관은 한 영국 언론에 "바이든이 우리에게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에 대한 강의를 해줄 필요는 없다"면서 "내가 그였다면 다른 주권국가에게 강의를 하기 전에 미국 내에서 살인과 폭동을 멈출 수 있는 평화협상의 필요성에 대해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