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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스가 총리 시대, 한일 관계는 달라져야 한다

최종수정 2020.09.17 16:02 기사입력 2020.09.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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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스가 총리 시대, 한일 관계는 달라져야 한다

스가 요시히데가 99대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스가 신임 총리는 7년8개월간 관방장관으로 아베 신조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다. 아베 2.0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총리가 바뀐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아베노믹스를 승계하겠다는 발언과 아베의 동생과 최측근을 내각에 중용하겠다는 인선만 보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스가 총리는 재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민당 내 독자적인 계파가 없는 상태에서 당장에 큰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외교 정책도 아베에게 자문하겠다고 하니 경색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스가 총리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2인자일 때와 1인자가 된 이후 입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당면한 난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도쿄올림픽, 경기 침체, 미ㆍ중 패권 전쟁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도 강제징용에 연루된 전범 기업의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실행될 경우 더 악화할 것이 확실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스가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악화한 데는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국가 모두 자국은 물론 상대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자기 자신과 상대방이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에서 관심 사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협상을 들 수 있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두 국가 간의 평화협상이었다. 두 국가는 평화협정을 원했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던 시나이반도의 반환 문제가 걸림돌이 돼 협상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의 반환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집트 역시 시나이반도 전체의 반환 없는 평화협상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의 중재자로 나선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두 국가가 진정으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했다. 사실 이스라엘의 관심사는 국가안보이지 시나이반도 소유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에 이집트군이 주둔할 경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느껴 시나이반도 반환에 반대한 것이었다. 반면 이집트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시나이반도를 원한 것이 아니라 주권의 회복, 즉 시나이반도에 이집트 국기가 펄럭이는 데 관심이 있었다. 협상에 있어서 두 국가의 진정한 관심사를 파악한 미국은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중재안은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넘기는 대신 시나이반도 내에 일절 군사력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협상 사례는 경색된 한일 관계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일 양국 모두 각자의 진정한 관심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 간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중재자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대일 정책을 강제동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수출 규제 등 당면한 개별 현안을 해결하는 차원으로만 접근할 경우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일 관계는 실질적으로는 역사적 특수성보다는 미ㆍ중 관계의 구조적 여건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스가 정부 출범을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도 서로 원하는 것을 충족해나갈 방안을 찾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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