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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과 한탄 사이 오가는 '빚투'…연일 역대 최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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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15.6兆…역대 최고치 연일 경신
대박 노리지만 하루새 반대매매로 물거품되기도
"실물경제와 주식시장 괴리 좁혀질 수 있어…각별한 주의 필요"

한탕과 한탄 사이 오가는 '빚투'…연일 역대 최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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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직장인 김경호(34ㆍ가명)씨는 적금보다 주식 투자가 낫다는 생각으로 매월 월급의 일정액을 주식 계좌에 담았다. 나름 쏠쏠한 수익도 남기며 투자에 재미를 붙여갔다. 갈수록 초기자본금 부족이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매수에 대해 듣고 '빚투(빚을 내 주식에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 몇 달 간은 쏠쏠했다. 수수료를 내면 자본 없이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정씨는 "처음에는 조마조마했지만 몇 번 돈을 벌고 나니 더 과감해지는 것 같았다"며 "어느새 신용매수한도까지 내 자금처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뒤 조금씩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민준(39ㆍ가명)씨는 빚투가 뼈아프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지난해부터 신용매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 없이 거래를 이어갔다. 문제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터졌다. 가지고 있던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대매매를 당한 것이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빌린 돈을 약정 기한 내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정씨는 "하루만에 코스피가 200포인트 가까이 빠질 정도로 주가가 급락하자 목돈을 마련할 틈도 없이 3000만원가량을 반대매매 당했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날 주가가 오르는 걸 보니 처참한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빚투를 하지 않았다면 며칠 속을 앓은 뒤 다시 원금은 회복됐을텐데 단 하루 때문에 그간 모은 투자금이 사라지는 걸 보니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하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들의 빚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던 청춘들이 이제는 '한탕'을 위해 빚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지난 12일 기준 15조628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영업일째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연 최저치였던 지난 3월25일 6조4075억원과 비교하면 상반된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드는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지자 빚투 규모까지 덩달아 커진 것이다.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이들의 규모는 올해 상반기 13만1769명에서 16만4665명으로 24.9% 늘어났다. 3년 전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많아졌다. 젊은층의 빚투가 확연히 증가했다.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17년 3100억원대에서 올해 상반기 말에는 7200억원까지 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열풍을 경험한 젊은층이 최근 아파트 값 폭등을 보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다"면서 "한탕주의에 내몰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신용매수는 일정 수준의 보증금(증거금)만 있으면 개인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주가가 급락하거나 변동성이 클 때에는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너도나도 주식에 뛰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실물경제와 지수 간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며 "향후 이 괴리가 좁혀지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투자, 특히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가 상당히 우려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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