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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공원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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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공원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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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외곽에 택지를 확보해 신규 주택을 공급했지만 현시점에는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각종 소규모 필지에 대한 파악과 개발을 통해 조금이라도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언제부터인가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용산공원을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교통 여건이 양호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소유한 부지이기 때문에 활용하기에도 쉽다는 점을 들어 이곳에 고밀도로 주택을 건설할 경우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타당성 및 현실성 여부를 떠나 주택 공급에 대해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시공원, 산업혁명이후 등장
사적소유에서 벗어나 모두 공유

도시에 위치한 공원은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발전에 따라 등장한 산물이다. 공원을 뜻하는 영어 명칭인 퍼블릭 파크(public park)에서 알 수 있듯이 공원은 원래 왕족이나 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개인 정원이나 영지, 사냥터 등을 공공에 개방해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두의 정원인 셈이다. 공원은 산업혁명으로 도시에 대규모 인구가 집중되면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좁고 열악한 주택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게 되면서 쾌적한 공간에 대한 요구는 커져갔으며, 이러한 요구는 사회개혁운동의 한 축을 형성하기도 했다. 혁명과 타협의 존재로 등장한 것이 공원이다. 공원은 토지의 사적 소유와 이용에서 벗어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토지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였다.


도시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공원의 중요성은 커졌다. 좁은 집을 벗어나 다양한 활동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주는 공원의 존재는 삭막한 도시 생활의 탈출구로 간주됐다. 영국에서 시작된 공원은 점차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도시의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도시공원은 오랫동안 탐욕과 협잡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도시계획을 통해 확보해놓은 공원용지들은 어느 순간 용도가 바뀌어 건축물을 짓기 위한 용지로 바뀌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막대한 특혜와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이러한 행태는 계속 반복됐다. 살아남은 공원들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은 지역이 아닌 외지고 옹색한 곳에 위치한 급경사 지역에 집중됐다. 그나마 남은 공원들은 수시로 공공건축물이 들어서는 곳으로 활용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공원은 땅값을 들이지 않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간주되던 시절이었다.

분당 중앙공원·일산호수공원 등
서울올림픽·1기 신도시 건설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도시 공원 변화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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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가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서울올림픽, 1980년대 후반 시작된 1기 신도시 건설 그리고 1994년 시작된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시행이었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각종 체육관과 공원이 어우러진 올림픽공원은 사람들에게 도시의 공원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 신도시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중앙 지역에 들어선 공원들은 각 신도시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중앙공원이 없는 분당과 호수공원이 없는 일산을 생각해보면 신도시에서 공원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잘 알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별로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공원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OB맥주공장이 떠나고 난 영등포역 뒤편이 공원으로 바뀌었고, 아스팔트 광장이던 여의도광장은 여의도공원으로 변신했다. 쓰레기로 가득 차던 여의도 샛강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도시 곳곳에 있던 작은 땅들이 작지만 알찬 공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삭막한 도시생활 탈출구로 간주
30년 노력 통해 도시 매력 높여

삭막함의 상징이던 아파트 단지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게 하고 공원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비용상의 문제로 공상으로 치부됐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 눈앞에 현실로 등장했다.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공원과 같은 공간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아파트 외부 공간들은 급속한 변화를 시작했다. 단순한 녹지면적의 증가를 넘어 숲을 만들고, 각종 콘셉트가 적용되는 공간들이 있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땅에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공개 공지 등의 개념을 적용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갔다.


30년간의 노력을 통해 서울에는 많은 공원이 들어섰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이 앙상한 묘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거목으로 성장했고 풍성한 그늘을 제공해주게 됐다.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공간들은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방해할까 봐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던 한강변에 나무들이 심어졌고, 매캐한 자동차 배기가스로 가득하던 청계천은 물이 흐르는 공간이 됐다.

당장 신규 주택공급 늘리자고
공원 개발해 훼손하는 건 안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공원이 부족할 때는 공원을 요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공원을 헐어 집을 짓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은 집과 도로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숱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뒤늦게 공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도시에 위치한 공원이라는 곳은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해놓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그 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모르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다.


집이 필요하면 낡은 집을 헐고 다시 더 높은 건물을 지어 더 많은 집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이 필요하다고 집이나 건물을 헐어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는 공원에 손을 대자는 것은 당장의 씨앗을 털어 먹고 내년 농사를 포기하자는 이야기와 같다. 서울에 땅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고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숨 막힐 듯이 빼곡하게 건물만 들어서는 것을 막고 녹지를 공급하는 단지로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원은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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