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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감독기구, 국민 탓하는 행위"… 전문가 10명 중 찬성은 1명뿐

최종수정 2020.08.13 12:19 기사입력 2020.08.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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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전문가 10인 의견 들어보니
7명 반대… 1명 찬성, 2명 유보

'옥상옥 우려' 가장 많아

"부동산 감독기구, 국민 탓하는 행위"… 전문가 10명 중 찬성은 1명뿐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춘희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가 '옥상옥'의 무소불위 조직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과 법을 쥐고 부동산 시장을 사실상 통제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부동산 거래·정보 마저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면 시장주의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양한 기관의 기능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감시하는 상황에서 새 조직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3일 아시아경제가 학계·민간연구소·시민단체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신설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단 1명만 찬성 의견을 밝혔다. 7명은 조직 신설에 반대했고, 2명은 조건부 찬성의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옥상옥·무소불위' 조직 우려…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규제)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규제)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대 의견은 '반(反) 시장적 규제', '불필요한 옥상옥'이 주된 이유였다. 심지어 "정부가 정책의 실패를 국민 탓으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투기를 감시하는 기구는 이미 국토교통부 등에 존재한다"며 "이들의 규모를 10배, 20배 키워서 부동산 시장을 엄격하게 감독한다고 불법·탈법 행위가 사라지고 집값이 잡힐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독 기구를 만들면 조직의 존립을 위해 규제를 계속 만들어 낼 것이고, 결국 부동산 시장이 '이상한 규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어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감독기구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베네수엘라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만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역시 "정부가 계속 외국 사례를 드는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 주택관리청이 주택 공급과 거래를 관리하지만 이미 주택의 80% 이상이 국유화돼있어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베네수엘라는 공정가격감독원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데 주택보다는 생필품 등을 주로 관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구 신설에 따른 효과 역시 부정적이다. 양지영 양지영R&C 소장은 "지금도 특별사법경찰관에 대응반까지 투입하고 조사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직이 커진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 산하에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 사법권, 수사권을 준다면 옥상옥에 무소불위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오히려 시장이 아닌 정부 정책 감시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금도 자기들이 정책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국민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감독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종합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한다는 옹호론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감독뿐 아니라 정책 기능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출범까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독과 정책 기능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정책과 사후관리라는 투 트랙을 강화하기 위한 부동산위원회·부동산감독원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위원회를 만들어 정책 전반을 담당하도록 하고 부동산감독원이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감시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기관 성격이 있지만 자체 권한을 갖고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하는 '금융감독원' 모델을 유사한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반민반관'(半民半官)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구의 독립성을 위해 총리실 직속에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조직 규모는 반대 여론을 감안할 때 매머드급 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100여명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공무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에서 나온 파견 직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기초로 현 인력 규모 보다 최소 4배에서 10배 수준까지 인력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조직 형태나 규모 등은 결정된 바 없다"며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필요 시 감독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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