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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다는 최고금리 年 10% 법안…서민 ‘돈줄’ 막을라(종합)

최종수정 2020.08.11 14:30 기사입력 2020.08.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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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지난 7일 여당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
"최고금리 인하해야" 호소
대부업계 평균금리 17.9% "금리 내려가면 폐업해야"
당국도 부정적 입장 표명

서민 위한다는 최고금리 年 10% 법안…서민 ‘돈줄’ 막을라(종합)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고금리의 직접 영향을 받는 대부업계와 제2금융권은 “현실성 없는 소리”라며 이자율 인하 논의에 따른 업황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176명의 여당 의원 전원에게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10%로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기준금리 0.5%의 저금리ㆍ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 24% 이자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생존의 몸부림 끝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정치권, 법정 최고금리 10% 법안 발의

같은 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금리를 10%로 내리는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최고금리는 대부업법 27.9% 이하, 이자제한법 25%이하지만 각 법률의 시행령에 따라 24%로 동일하다. 앞서 지난 4일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최고금리를 10%로 내리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6월1일엔 김철민 민주당 의원이 최고금리 20%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움직임은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서민들이 제도권에서 돈 빌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도 대부업계와 저축은행의 대출 승인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10명이 대출을 신청하면 1명만 빌린다는 얘기다.

서민 위한다는 최고금리 年 10% 법안…서민 ‘돈줄’ 막을라(종합)

업계, "현실 모르고 하는 얘기"

발등에 불 떨어진 건 대부업계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는 17.9%(신용대출 21.1%, 담보대출 13.8%) 수준이다. 최고금리가 10%로 내려가면 폐업하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위권 업체 2곳이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 20%는 일본 최고금리와 같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10%는 아무 근거가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업계도 불만이다. 한 관계자는 “15~19%대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중금리대출 상품을 열심히 팔았는데 최고금리가 10%로 내려가면 신용대출은 사라지고 기업대출만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저축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13.71~18.58%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여전업계도 가만히 못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기준 5개 카드사(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우리)의 카드론과 주요 캐피털사 금리는 13.32~16.99%, 12.02~19.31%다. 제2금융권 모두 신용대출 금리가 10%를 넘어 최고금리가 10% 아래로 내려가면 불법 대출 영업을 하는 셈이 된다.

금융당국, "시기상조"

국회와 금융당국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철민 의원 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최고 이자율이 낮아지면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자금 수요자의 경우 오히려 차입 기회가 축소되고,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도 “저신용 계층의 자금 이용 가능성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서민들의 자금 수요 추이, 고금리 금융권의 영업여건, 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 공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인하 추진 시기와 방식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도 “저신용 계층의 차입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불법 사금융 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41만명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7조1000억원에 달한다. 평균 금리는 26.1%, 최대 금리는 61%에 이른다.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비중은 45% 정도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국회 정무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최고금리 인하 법안 발의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의 자금줄 경색 우려에 대해 잘 아는 정무위원들은 10% 법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최고금리 인하 법안 대표 발의자인 김남국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며 문진석 의원은 국토교통위원이다. 10% 법안에 이름을 올린 정무위원은 이정문 민주당 의원뿐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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