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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문턱 높이고 해외자원 투자 막고…정치권에 발목 잡힌 국책은행

최종수정 2020.08.11 11:10 기사입력 2020.08.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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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조건 탓에 신청 기업 전무한 기안기금 지원요건 강화 법안 발의
산은 등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 재무적 투자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지원 문턱 높이고 해외자원 투자 막고…정치권에 발목 잡힌 국책은행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요건을 높이거나 해외자원개발사업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금융공공기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례 없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 상황과는 동떨어진 법안들이 경기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국책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진성준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기안기금의 지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안기금을 운용하는 심의위원회가 지원 대상 기업에 고용 유지의 구체적 조건을 부과하고, 자금 지원 이후 기업의 경영성과를 기금과 공유하도록 하도록 규정했다. 또 심의위가 지원 대상 기업이 자금지원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를 점검하도록 했다.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기금 지원을 받으려던 기업들도 가뜩이나 까다로운 조건 탓에 현재까지 기금을 신청한 기업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금 지원을 받으면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사항도 KDB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경영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등 필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전제된다. 임직원 연봉은 동결되며 배당은 물론, 자사주 매입도 할 수 없다. 계열사 지원도 금지된다. 총 지원액의 최소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인수되는데 이는 추후 정부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7일 기안기금 접수를 시작했고, 지원대상 업종을 항공ㆍ해운 2대 업종에서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을 포함한 9대 업종으로 늘렸지만 아직까지 지원 신청 기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원 자격이 돼도 요건이 까다로워 신청을 꺼리는 상황인데 이를 더 강화하면 과연 기금 지원을 신청할 기업이 존재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재무적 투자도 할 수 없게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위원장인 김성환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민형배, 김소영 의원이 발의한 일명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에 의해서다. 이 법안은 한국전력공사와 수은, 산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사업 범위에서 해외석탄발전의 수행 또는 자금지원을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산은이 약 2조9000억원의 자금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 주요국 공적금융이 석탄투자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우리나라는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은 베트남에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매입 등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6월 말에는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2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들에는 산은을 비롯해 수은, 무역보험공사 등이 글로벌 금융기관과 함께 대주단으로 참여해 금융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베트남 전력수급계획인 국가전원개발계획에 반영된 국책사업으로 베트남 정부가 전력요금의 지급을 보증하고 있어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인도네시아 자바 화력발전소에 건설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34억6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로 국내 중소ㆍ중견기업 342곳이 참여해 7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수출 및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진행형인 지방이전 논란도 부담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달부터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갑자기 금지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며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 금지 및 지방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현재 추진 중인 정책사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게 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 지원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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