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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백캉스' 갑니다"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최종수정 2020.08.11 10:26 기사입력 2020.08.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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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긴 장마 기간에 '백캉스' 가는 소비자 늘어
2030세대, 명품 시장 '큰손' 등극
전문가 "과소비 조장할 우려도"

지난 6월26일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들이 해외유명 브랜드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26일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들이 해외유명 브랜드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여행 갈 돈으로 명품 사는 거죠." , "돈 아낀다고 미래가 달라지나요."

최근 코로나19와 긴 장마 기간이 겹치면서 여행을 가지 않고 인근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즐기면서 여름 휴가를 대신하는 모습이다.


특히 20·30세대인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백화점 업계는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플렉스 현상(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이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100만 원 상당의 명품 지갑을 장만했다. 김씨는 "원래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갈 수 없게 됐지 않나. 해외여행 갈 돈으로 명품을 사는 것"이라며 "싼 걸 여러 개 사느니, 비싼 거 하나 사는 게 낫다. 또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 명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하니까 비용이 그리 아깝진 않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지난 주말(7월31일~8월2일)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1.0% ▲신세계백화점은 10.6% ▲현대백화점은 8.3%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했다.


명품 시장이 이 같은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은 '명품 큰손'으로 꼽히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을 사는 주 고객층은 경제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40·50세대의 중장년층이었으나, 최근 20·30세대 고객들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최근 '명품 큰손'으로 등극했다.


청년들의 명품 소비력은 백화점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대 이하와 30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7%, 34.8%로 같은 기간 40대(13.7%), 50대(10.5%) 대비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이 30.1%로 작년(20.3%)보다 증가했다.


지난 6월26일 오전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이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26일 오전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이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학생 이모(25)씨 또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이씨는 "명품 신발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비를 모으고 있다. 요즘 지인들 SNS를 구경하다 보면 명품 지갑이나, 시계, 가방 등이 많이 보인다. 남들 다 있는 거 나만 없으면 뒤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면서 "어차피 내가 부자 될 것도 아닌데,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구입한 명품 제품은 젊은 층 사이에서 '자기과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플렉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25만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명품 제품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정보를 물어보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명품 정보를 얻고 있다.


다만 경제력이 약한 젊은층에서 명품 소비가 유행처럼 번질 경우,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플렉스 현상'은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돈을 펑펑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와 생활비 내기도 빠듯한데 유행 따라 명품을 사다 보면 저축할 돈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2030세대 사이서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2030세대 사이서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카드 대금을 제때 못 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예정된 결제일에 최소의 금액만을 결제하고 나머지 대금은 대출로 이전하는 방식인 리볼빙 서비스 잔액은 20대 사이에서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4대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 자료를 보면 20대 잔액은 지난 5월 332억원으로 3년 전인 2017년 5월(178억원)보다 87.0% 증가했다.


20대의 잔액 증가율은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팔랐다. 20대에 이어 60세 이상(28.5%), 30대(16.6%), 40대(13.1%), 50대(11.0%) 순이었다. 전체 리볼빙 잔액 증가율은 17.8%였다.


전문가는 '플렉스 현상'이 누군가를 모방하려는 동조현상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SNS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또는 유명인이 과소비하는 것을 본 뒤, 비슷한 상품을 따라 사는 소비 동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같은 집단에 속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는 모방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조심리로부터 유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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